[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여파로 국내 완성차 공장이 멈춰섰다.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물량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라 실적호전을 예상하던 국내 자동차 업계에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공장의 생산이 얼마나 복원될지가 미지수라 국내공장의 완전 정상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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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완성차. /사진=미디어펜 |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7일 전주공장을 제외한 공장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10일 국내 완성차 공장을 모두 멈춘다. 기아차도 10일에는 공장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11일엔 팰리세이드와 GV80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2공장과 K시리즈 등을 만드는 기아차 화성공장에선 작업을 재개한다. 12일에는 다른 공장들도 문을 열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은 17일에 재가동한다.
르노삼성차는 11일부터 나흘간 공장을 세운다. 중국에서 부품 생산을 재개해서 한국으로 들어오기까지 시차를 감안한 결정이다. 쌍용차는 12일까지 생산을 멈춘다. 한국지엠은 재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
부품사들도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중단으로 공장을 멈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에 공급하는 모듈생산 차질에 따라 울산공장 등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중국이 춘제 연휴를 더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춘절지역이동 인구에 자가 격리 2주를 명령하며 완벽한 공장 재가동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동률 100%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감염 우려로 출근율을 담보할 수 없고,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공항·항만까지 원만하게 수송이 이뤄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 도로 통제 문제와 통관 등의 문제해결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생산차질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1월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총 9만960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급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4사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한국지엠이 그나마 지난해 1월 크게 악화됐던 기저효과로 0.9% 성장했다.
지난해 2월에 포함됐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에 포함되면서 영업일수가 감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1년 6개월간 3.5%로 인하됐던 개소세가 다시 5%로 환원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부분이 컸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말 연초 출시된 신차들은 인기행진을 거듭하며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차종이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더 뉴 그랜저'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아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으며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15일 출시돼 실판매일수가 13일에 불과한 가운데서도 347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더욱이 GV80은 출시 열흘 만에 2만대의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기아차 K5도 이달 들어 본격 판매가 이뤄지며 중형 세단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1월 판매는 8048대로, 이 시장의 맹주였던 현대차 쏘나타(6423)를 제치고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쏘나타도 지난해 풀체인지가 이뤄져 신차 효과가 지속되고 있지만 K5의 위세를 누르지 못했다. 가뜩이나 생산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증산이 필요한 상황인 가운데 신종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며 공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차종들은 '생산량=판매량'이라는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결국 실적부진도 당연한 결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산 부품이 최대한 국내 조립공장까지 빠르고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기에 발생한 생산 차질은 완성차 업계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지만 추가 생산이 차질 없이 정상화 된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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