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론 힘받지만 한은 신중한 태도 견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예정돼 있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7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 인하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경기부양 등의 이유로 한은의 금리인하를 점치는 분위기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내린 선례가 있다. 한은은 사스가 발생한 지난 2003년 5월 당시 기준금리를 4.25%에서 4.0%로 조정했다. 또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포인트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투자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여기다 현재 연 1.25%의 역대 최저치인 기준금리도 부담요인이다. 금리를 더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지표를 좀 더 살펴본 후 이후 정책금리를 결정할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수장들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성장률 및 금리인하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판단했다.

홍 부총리는 성장률 조정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외국인 관광객이나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으나, 아직 (피해정도를) 수치로 말할 상황은 아니다”며 “작년 연말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2.4%)를 조정할 적절한 단계가 아니며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의 소비가 많이 줄었지만 온라인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소비 위축의 정도를 비교해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도 모두 발언을 통해 “중국경제와의 높은 연관성과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고려할 때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통화정책)의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