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의 올해 실적과 앞으로의 일거리를 책임질 구원투수 'XM3'의 출시행사가 중국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취소됐다.
르노삼성은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겪고 있다. 출시행사가 취소되는 등 신차 효과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및 근무강도 완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거론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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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새로운 SUV XM3. /사진=미디어펜 |
2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당초 내달 4일로 예정됐던 XM3 신차 출시행사 및 미디어 시승행사를 코로나19 사태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취소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는 르노삼성에게 너무 중요한 신차지만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 방지를 위해 대규모 단체행사 자제를 요청하고 있고, 사태 종식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 참여도 요청한 점을 고려해 출시행사 및 시승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XM3는 르노삼성의 올해 실적을 책임질 기대주다. 더욱이 출시 전부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차다. 최근에는 1700만원대부터라는 경쟁력있는 가격까지 제시되며 시장에서 놀라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또 XM3는 수출물량 배정까지 기대할 수 있는 모델로 닛산 로그를 대신할 중요한 일거리 차종이다. 올해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미국 수출물량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되며 국내 판매용 신차로 실적을 지탱해야 한다.
올해 르노삼성의 신차로는 XM3 외에도 QM3·ZOE(조에) 풀체인지 모델, SM6·QM6·마스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등 총 6종이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QM3·ZOE·마스터는 수입 모델이이고 SM6·QM6는 완전 신차가 아니다. 이에 큰 폭의 판매신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트3의 유럽 수출물량 배정 여부는 올해 말이나 결정될 전망이다. 결국 XM3 내수 판매가 올해 르노삼성의 주요 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등장할 XM3가 공식 등장부터 차질을 빚고 있어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 업체에게 신차 출시행사는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신차 론칭을 통한 관심도 상승으로 초기 3~4개월간 연간 판매목표의 절반가량을 판매하는 차종이 있을 정도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신차 출시행사 취소로 XM3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론칭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지만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XM3의 가치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시승행사도 취소됐지만 개별 시승 등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의 갈등은 더 큰 골칫거리다. 노조는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동참하기는커녕 XM3 생산차질을 유발시킬 파업을 거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8% 인상과 노동 강도 완화를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측은 '일시금 850만원 지급과 기본급 10만원 인상'까지 제시한 상태지만 노조는 지난 19일 교섭에서도 사측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교섭 직후에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번 주 교섭에서 진전이 없으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XM3 출시 시점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사측의 타격이 크다는 점을 노려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운명이 달린 프로젝트를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사간 최대 쟁점이 임금인상폭이 아닌 '파업 손실 임금 보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금성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이견이 좁혀졌지만 노조가 사측에 과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을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며 교섭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주5일 전체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이 때 일주일 내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당일치 임금은 물론 상여금과 유급휴일 수당까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파업 참여자와 비참여자의 월 급여 차이는 최대 1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른바 '노사상생기금'이라는 명목상의 기금을 만들어 파업 참여 조합원의 손실금액을 보전해주자는 입장이지만 회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회사에 해를 입히는 파업을 했는데 그로 인한 손실을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물론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추면 당장 출시행사 취소로 신차효과가 희석된 XM3는 물량 공급마저 끊기며 사실상 '개점휴업' 처지가 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전례를 남기면 연말 결정될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그동안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으로 XM3 유럽 공급물량 배정을 스페인 등 현지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이 빨리 마무리돼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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