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최근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에 중단할 것을 촉구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긴급회의 논의를 비난했다.
김여정 1부부장이 담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김여정은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장비를 사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다”라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담화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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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오른쪽)./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백두혈통 김여정의 첫 대남 담화 내용은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불만과 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은 이번 김여정 담화를 통해 우리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화 재개나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이번 화력전투훈련을 코로나 정국 등을 고려해서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해 자위적 훈련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측 청와대에서 자동응답기처럼 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서 크게 자극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김여정 명의의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청와대 행태에 대해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묘사하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고 조롱한 것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 전략이나 메시지에 문제가 없었는지 심각하게 재검점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의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거리 발사체 분야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가 북한이 정규훈련 과정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서까지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앞으로 남북관계의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메시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 센터장은 “이번 김여정의 담화는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 정의용 실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긴급회의를 갖고 북한이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계 장관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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