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새 이사진 후보 대거 공개…전자투표 거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오는 27일 한진그룹의 운명을 가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3자 연합'간의 여론전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사회 강화를 통해 3자 연합을 견제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간의 막판 표심잡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잇달아 소집하고 새 이사진 후보를 대거 공개했다. 한진칼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대한항공은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등 명망 있는 인물들이 신규 사외이사 추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며 '3자 연합'의 이사 후보보다 자신들의 후보가 전문성과 독립성에 뛰어나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 주주의 지지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며 특정 주주와 사업상 연관성이 있거나 이해상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후보는 추천과정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3자 연합의 이사 후보군보다 사측이 영입한 이사진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강성부 KCGI 대표의 간담회에 배석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군에 대해 전문성·독립성·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3자 연합의 기존 이사 후보군 중 사의를 표한 김치훈 전 한국항공 상무를 빼면 함철호 전 티웨이할공 사장이 유일한 항공업계 경험자다. 

하지만 함 전 사장은 항공경영분야 종합컨설팅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에 한진칼 기타 비상무이사로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사외이사 후보인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는 반도건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확인돼 독립성이 결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진칼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등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되는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현재 이사회를 사내이사는 신규 1명을 추가한 3명으로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 1명 제외한 3명에 신규 5명을 추가한 8명 등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3자 연합이 주주 제안을 통해 8명 중 1명 사퇴한 사내외 이사 7명을 추천한 것은 염두에 두고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정관에 이사 수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3자 연합이 신규 이사 후보 7명을 대거 추천한 만큼 한진칼 역시 이에 맞서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고 신규 이사 6명을 추가로 영입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날 한진그룹의 이사회 의결에 따라 주총까지 남은 22일 동안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KCGI가 지난달 25일 한진칼에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이 여론을 활용해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라고 맹비난하고 나서는 등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일단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과 델타항공(10.00%), 카카오(1%),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 등 37.25%를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의 지분은 31.98%다. 현재까지의 수치상으로는 조원태 회장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남아있는 소액주주들과 함께 국민연금 등의 결정이 남아있어 희망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이달 주총 이후의 상황까지 염두하고 지분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율이 17.68%로 상승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37.63%로 늘었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카카오도 1% 가량의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델타항공도 꾸준히 한진칼 지분 매집에 나선 상태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보유 지분이 종전 10.00%에서 11.00%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도 델타항공은 추가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자 연합은 "델타항공은 작년 9월 금감원 공시 당시 '지분 취득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는 점을 이미 명확히 한 바 있고 우리는 그 공시를 신뢰한다"며 델타항공의 지분 매집을 견제한 바 있다.

이 밖에 '3자 연합'이 제안한 전자투표제 도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자투표제의 본래 취지가 주주 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라는 게 한진칼의 입장이다. 

노조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국민의 공분을 발판삼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던 자들이 말도 되지 않는 밀약과 야합을 하는 것은 한진그룹 노동자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태"라고 밝혔다. 

이어 "검은 자본을 이용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회사와 한진그룹을 망치지 않도록 하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를 지원하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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