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에게 사실상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자 한국정부도 즉각 맞불 조치를 하면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비화될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9일부터 한국,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을 방문 후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 간 지정된 장소(자택, 여행자의 경우는 호텔)에 대기하도록 하고, 대중교통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무비자 입국 금지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했다.

입국 금지한 지역도 대구·청도에서 경북 경산시, 안동시, 영천시, 칠곡군, 의성군, 성주군, 군위군까지 확대했다. 항공편 도착 공항은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으로 이용이 한정되며 한국·중국 발 선박의 여객 운송도 중지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도 9일부터 일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금지했고,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했다. 일본 전 지역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6일 오후 이런 조치를 발표하기까지 정세균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외교부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이후 소강 국면이었던 한일관계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인 860여명이 강제 격리 중인 중국이 처음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을 때 한국정부가 취한 태도에 비해 이번 일본정부의 조치에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외교부는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외교부에 불렀지만 ‘면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6일 도미타 고지 일본대사의 경우 강경화 장관이 직접 초치했고, 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일본의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를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조치의 배경에 의문이 생긴다. 철회하지 않으면 상호주의에 입각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일본은 전날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입국 금지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에 대해 유독 강경 대응하는 까닭은 표면적으로는 일본 역시 코로나19 확산세에 처해 있지만 방역 능력을 믿고 우리가 입국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오히려 일본정부가 투명한 방역체계를 가진 우리의 노력을 외면했다는 점에 포인트가 맞춰진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입국제한은 방역 능력 없는 국가의 투박한 조치”라며 세계 여러 국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한국 이미지 실추가 아니라고 항변한 적이 있다. 따라서 주변의 주요 선진국인 미국, 일본, 중국은 한국과 서로 입국제한 조치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의 경우 일부 지방정부에서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자국민을 포함한 방역 조치 차원으로 봤다. 하지만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에 대해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자 정치적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코로나 방역 실패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가 극우파를 결집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일본의 불투명한 방역 체계까지 힐난하며 강하게 맞섰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로 2020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아베 총리가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5일(현지시간) 보도도 나왔다.

정부는 특히 한일 간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상황에서도 최근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축사에서 직접 일본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음에도 일본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취소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에 비우호적인 조치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 장관은 도미타 일본대사에게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참으로 비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한국에 대한 조치가 비우호적인 것은 맞지만 싱가포르와 호주까지 입국제한 조치를 내놓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재인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자칫 국내 상황을 ‘친일’ ‘반일’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도 없게 됐다.

특히 이번에 일본은 한국과 함께 중국, 이란 등 다른 주요 감염국들을 함께 입국제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의 소극적 방역체계를 문제 삼으면서 일본에 대해 국가 단위의 입국제한을 하면서도 중국을 비롯해 더 후진적인 방역체계를 보유한 100여개 국가들이 우리를 입국 제한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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