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계획 사실상 무용지물…‘생존’ 위한 ‘방어모드’ 전환
투자 활력 위해 법인세 인하·투자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면서 기업들이 벼랑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19발 폭풍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기·장기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기업들의 경영 계획이 모두 어그러지고 있다. 시설·투자·고용 계획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다.

   
▲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가 다녀가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서울의 한 백화점으로 방역 업체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모든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입에서 ‘위기’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다. 과거 어떤 ‘경제 위기’보다 악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경보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주요 선진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가 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흔들리고 맞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의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우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최악으로 치닫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 기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존’을 최우선으로 방어모드로 전환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시기를 조절하겠지만 기존 투자 계획 등은 ‘올스톱’되고 있다. 당초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세운 올해 경영 계획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곳간이 여유있는 기업은 자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곳은 사업·인력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사태 진화가 우선 과제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단기·중기·장기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원 방안이 현장으로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전달 체계의 간소화 방안이 거론된다. 한시적으로라도 대출 확대와 심사 기간 단축 등 신속한 행정처리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규제·절차 완화를 일부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부담금 면제·감경, 투자 관련 세액공제율과 법인세 조정 등의 카드를 통해 민간 소비 활력 증진과 기업 투자 활성화 유도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 팀장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소규모 기업 피해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정책이 이들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큰 기업도 애로는 마찬가지”라며 “큰 기업이 영향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크다. 규모나 업종에 제한이 없는 투자 활력 대책은 물론,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 공제 확대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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