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통 산유국들이 미국 셰일업체들의 고사를 목적으로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2.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거래일 대비 12.66% 하락한 수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 가격(26.98달러)이 5.23% 떨어졌다. 두바이유(34.05달러) 역시 1.58% 인하됐다.
국제유가가 이같이 급락한 것은 미국이 세계 1위 에너지생산국으로 올라선 것에 대해 러시아·사우디가 반격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OPEC+회의에서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거부하고, 이어 사우디도 원유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일일 1504만배럴을 생산하면서 사우디(1200만배럴)와 러시아(1080만배럴)를 제친 바 있으며, 평균 BEP가 2013년 70달러대 초반에서 2017년 35달러선까지 낮아지는 등 채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올 1분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올 1월 배럴당 50~60달러선을 기록하던 물량을 사왔으나, 절반 이하로 떨어진 탓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 7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재고평가손실에 제품 가격 하락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다음달부터 OSP를 인하키로 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중동국가들도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OSP를 낮출 경우 원가 절감에 따른 마진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2016년 펼쳐졌던 '치킨게임'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재정난을 이유로 백기를 들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들은 결국 '적정수준'의 유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의 손익분기점(BEP)이 미국·러시아 대비 10분의 1 수준이지만, 감산 논의를 이어왔던 것은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 파산을 신청한 셰일업체들이 늘어나고 대기업들도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등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된 것도 실적 반등 전망에 힘을 싣는다. 유가회복은 재고평가이익과 판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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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
석유화학업계도 코로나19발 수요 감소로 난항을 겪고 있으나, 유가·납사값 급락에 따른 마진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역시 납사값을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를 구매하는 업체들은 수혜를 입는 상황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납사 가격 하락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에탄크래커(ECC)에 부정적 이슈지만, 에탄 가격이 상승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납사크래커(NCC) 대비 상대적인 경쟁력 우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이 지난달 대비 좋아진 업황 덕분에 수익성 향상이 예상되고 있으며, 전지부문 역시 유럽 전기차 판매량 증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폴란드 공장을 중심으로 중국·일본업체들보다 유럽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초석을 다진 노력의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KB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유럽 배터리공장 생산력은 60GW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닝보 PVC 가동률이 70%에서 100%로 높아진 한화솔루션과 저가의 부타디엔(BD)을 투입할 수 있게된 금호석유화학도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며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도 각각 탄소섬유 출하량 증가 및 폴리케톤 수익성 증가에 힘입어 실적 향상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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