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인연 우상호 이성헌, 헌정사상 최다 리턴매치
현재 스코어 우상호 3승 2패...이성헌의 재탈환 도전
여론조사는 민주당에 우세, 바닥 민심은 민주당 이탈?
코로나 19로 인한 국난의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뽑는 2020년 제21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새로움이 있고, 흔히 '초유'의 선거라는 수식어가 일상적으로 붙는다.

만 18세, 일부 고교생도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하게 되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해 단독 과반의 정당 탄생이 힘겨워지기도 하고, 사상 유래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이번 제21대 총선은 유권자도, 후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선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오는 4월 15일 치러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시민들은 그 선거에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이에 본보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후보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10곳의 지역구를 선정했다. 그 격전지를 통해 이번 총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오는 4.15 총선에선 무려 6차전이라는 헌정사상 최다수 재대결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헌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맞붙는 서울 서대문구갑이다.

이 전 의원과 우 의원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두 사람 모두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YS 키즈'로서 상도동 정치 인맥 막내로 정계에 입문했고 우 의원은 '동교동 DJ'의 젊은 피 영입으로 정치권에 진출하게 됐다.

■ 현재 스코어 3 대 2, 6번째 맞불 선거는 완판승이냐 무승부냐

일단 두 주인공의 전력은 우 후보 3승, 이 후보 2승으로 팽팽하다. 이들의 엎치락뒤치락 총선 매치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이때는 이 후보가 승리했다.

이후 이 후보는 제18대 총선에서 당선됐고 우 후보는 제17·19·20대 에서 승리해 현재 서대문갑의 현역 의원으로 이번 총선에서의 3연패를 준비하고 있다.

   
▲ 서울 서대문갑의 우상호 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성헌 통합당 후보./사진=각 후보 SNS

그러나 이 후보의 재도전 태세가 매섭다. 27일 오후 안산 일대에서 묵묵히 방역 활동을 하던 이 후보는 '미디어펜'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대문 지역의 낙후성으로 주민들의 아우성이 크다. 우 의원에게 8년 맡겼더니 이 지경이 됐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이번에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절대 다수 여론"이라고 강조했다.

완판승으로 4선을 노리는 우 후보 측은 다섯 번의 선거에서 세 번 승리해 한 발 앞서있는 만큼 상대적으로는 자신감을 보이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전례없는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을 맞아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도 견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 후보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문제)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이슈들이 묻힌 감이 있다"며 "저희가 기대하는 건 여당에 힘을 몰아줘서 국가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대면 접촉이 어려운 현재 총선 상황을 설명하며 "아직 반응을 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홍보물을 준비하면서도 특별한 정치 이슈보다는 차분하게 지역 발전시키는 것으로 갈 것"이라며 '경전철'을 현안의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 우상호 경전철 vs 이성헌 뉴타운 재개발 앞세워

우 후보는 ▲경전철 2개 노선 조기 착공 ▲철로변과 내부순환로 주변 소음 방지책 강구 등을 내걸고 지난 8년간의 공약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경전철 문제와 함께 이 후보는 대표적인 지역 현안인 '뉴타운'을 좀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서대문갑 지역에서 특히 홍제동과 충현동, 북아현동 등은 30~40년 된 건물이 즐비해 도시정비가 시급한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인사하는 우상호 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성헌 통합당 후보./사진=각 후보 SNS

아울러 이 후보는 ▲원룸 생활 환경 개선 ▲일자리 센터 조성 ▲교육 환경 개선 등의 공약도 내걸며 통합당이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20~30대 표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갑에는 8개의 대학교가 있고 신촌과 연희동 지역에 원룸을 살고 있는 '나 혼자 산다' 단독세대만 1만 세대에 달한다.

이 후보는 자신이 뉴타운 사업을 유치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2020년인 지금까지 자신의 현역 공백 기간 동안 진척된 것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도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서대문구 발전이 너무 더디고 (우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경전철 문제도 오래된 문제"라며 "지역 민심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표출돼 있다. 거리 분위기가 (이 후보 쪽으로) 좋다"고 체감하는 바닥 민심을 강조했다.

■ 여론조사는 우상호, 바닥 민심은 이성헌에? 커지는 정권심판 목소리?

그러면서도 관계자는 우호적인 거리 민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선호 편중성의 각종 여론조사 현상을 우려했다. 가장 최근의 서대문갑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박빙의 판세를 보였지만 우 의원이 이 후보에 비해 뒤쳐지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브리미디어'가 지난해 11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서대문구갑 거주민 19세 이상 501명을 대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적합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 후보는 38%, 이 후보는 30.7%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하지만 경제 기저 질환에 설상가상 코로나19까지 현장에서 기자가 체감한 민심은 우 후보에게 넉넉하지 않았다.

   
▲ 서대문 홍제동에 위치한 우상호 민주당 후보와 이성헌 통합당 후보 선거 사무소./사진=미디어펜

서대문갑에서 22년 거주한 60대 남성은 "우상호 현 의원은 지역을 위해 일한 게 별로 없다. 지역 재개발만 문제가 아니라 전국이 2번으로 바뀌고 정권이 교체됐으면 좋겠다"며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동석했던 동년배의 남성은 "1번이 잘한다"고 우 후보의 편을 들었다.

지역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70대 남성은 "노선을 떠나서 지역의 발전이 안 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장기화로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다"며 민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통합당이 너무 못한다"면서도 "이 후보가 친절하고 건방지지 않다"고 이 후보 지지 의사를 표했다.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여성 2인도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선거에 관심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투표 의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 심판'과 '정권 심판' 중엔 "후자"라고 답했다.

지역에서 만난 30대 여성도 "모든 게 다 개판"이라고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며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2번을 지지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지역 20년 이상 거주 중인 60대 여성은 "(주민들이) 더딘 재개발에 불만이 쌓여있고 민주당이 끔찍하게 싫다"면서도 "황교안을 비롯해 통합당이 너무 못한다"고 한탄했다.

경제 불황과 코로나19 악재 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도 감지되는 한편 통합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는 형국으로 난전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에브리미디어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