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지난 2월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와이어링하니스 수급 차질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국내 완성차 공장들이 이번에는 유럽발 부품차질에 긴장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공장이 이달 19일, 길게는 24일까지 가동중단을 결정하자 보쉬(전장 및 커먼레일)와 ZF(변속기), 콘티넨털(전장), 가레트(과급기) 등 주요 부품공장이 잇따라 가동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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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프레임에 엔진과 전장부품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차 |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유럽발 부품수급 차질로 인해 평택공장이 부분 휴업에 들어간다.
지난 2월 중국산 와이어링하니스 수급차질 여파를 가장 먼저 받았던 쌍용차는 이번에도 유럽발 여파를 가장 먼저 받았다. 평택공장 총 3개 라인이 1주일에 1∼2일씩 교대로 휴업한다.
유럽 주요 자동차 공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이어 부품공장까지 휴업에 돌입하면서 유럽발 핵심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쌍용차는 보쉬와 콘티넨털, 가레트 등 업체에서 트랜스미션, 엔진·구동 관련 부품과 전장 주요 부품 등을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분 휴업 기간은 확정되지 않았고 부품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해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유럽발 부품수급 차질은 이미 지난달 예고됐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가 가동 중단을 결정하자 이 여파는 고스란히 주요 부품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납품량이 감소한 만큼, 재고를 조절하기 위해 가동 축소 또는 공장 휴업을 단행한 것.
자동차 전장품 전문기업 보쉬는 지난달 23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같은 날 변속기 전문 ZF도 독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의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ZF 역시 추가 휴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콘티넨털 역시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전 세계 공장의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특히 콘티넨탈은 "일시적으로 글로벌 생산량이 '제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의 가동중단 여파는 핵심부품을 공급받아온 국내 완성차 공장으로 이어졌다.
이들 부품사로부터 디젤 핵심부품(고압분사장치)과 변속기 주요 부품을 공급받는 국내 완성차 공장이 연이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쌍용차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변속기를, 르노삼성은 SM6를 포함한 일부 모델의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유럽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유럽 부품사에서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 등을 공급받고 있다.
중국산 부품이 비핵심 저가형 단순부품이라면, 이들 유럽 회사에서 공급받는 부품 대부분이 핵심인 데다 고가의 첨단장비다.
유럽 부품사의 핵심부품이 유럽산 이외에 중국산도 존재하는 만큼, 중국 현지로 부품수급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왔다.
국산차 메이커 관계자는 "유럽 공장 휴업이 장기화하면 중국 생산물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부품의 최종 조립생산은 중국이지만 여전히 핵심장치는 유럽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심 부품이지만 재고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중론이다.
'와이어링 하네스'의 경우 기온과 습도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재고를 보유하면 자칫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 발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유럽 부품사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고가의 장비다. 완성차 회사들이 6주 안팎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단가가 비싼 만큼 이 역시 대량 주문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산차가 보쉬에서 커먼레일 인젝터, ZF에서 변속기 등을 가져다 쓴다"며 "이들 부품사가 중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데, 유럽 공장이 문 닫으면서 중국에서 부품을 수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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