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출은 바닥이 드러나고 있고 그나마 내수가 버팀목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일시적인 현상이며, 7월 이후에는 내수도 판매절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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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완성차. /사진=미디어펜 |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을 멈춘다. 기아자동차는 23~29일까지 소하1·2공장과 광주2공장의 생산중단을 위한 노사가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는 수출 차질로 재고가 쌓이면서 불가피한 조치다.
울산5공장 투싼 라인은 미주와 중동 등 수출 주력 공장으로,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판매사들이 영업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수출량이 감소했다. 실제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은 3월 한 달간 3만5118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42.6%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의 경기도 광명 소하리 1, 2공장과 광주 2공장은 수출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생산차종은 소하리 1공장은 카니발, 스팅어, K9, 2공장은 프라이드, 스토닉, 광주 2공장은 스포티지와 쏘울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일 노조에 휴무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으며, 이번 주에 휴무여부와 일정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화성 1, 2, 3 공장과 광주 1, 3 공장은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3월 해외 판매(수출, 현지 생산판매 포함)에서 일제히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현대차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6.2% 감소한 23만6323대에 머물렀고,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11.2% 감소한 17만595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국내 자동차 수출 3위 기업인 한국지엠도 북미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판매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월 수출은 2만8953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8%나 감소했다.
여기에는 미국으로 수출된 1만대가량의 트레일블레이저 물량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시를 앞두고 미국 전역 판매망에 전시 및 시승용으로 배치하는 물량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물량이 아니다. 이를 제외하면 한국지엠의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진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북미 판매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 계약 만료가 다가오며 수출이 크게 줄었다. 3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5.2% 감소한 1433대를 선적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쌍용차도 4.6% 감소한 2485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내수 판매가 뒷받침해준 덕이다. 3월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총 15만1025대로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했다.
현대차가 3.0% 증가한 것을 비롯, 기아차는 15.3% 늘었고, 르노삼성은 83.7%, 한국지엠은 39.6%씩 각각 늘었다. 쌍용차만 37.5%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내수 판매가 증가한 배경이 정부의 개소세 인하와 일부 차종의 신차효과라는 점이다.
3월 내수판매를 이끈 것은 현대차 그랜저와 GV80, 기아차 K5, 르노삼성 XM3,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등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출시된 신차들이다. 여기에 정부가 소비진작 차원에서 기존 5%였던 개소세를 6월까지 1.5%로 인하하면서 최대 100만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개소세 인하와 신차효과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효과라는 점에서 향후 자동차 업체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개소세 인하 효과는 6월 말까지만 유효하다. 지난달에는 평소보다 최대 100만원씩 싸진 조건에 구매자가 몰렸지만, 7월 1일부터는 전날보다 100만원 비싼 가격에 자동차를 사야 하는 만큼 극심한 판매절벽이 불가피하다.
신차 효과는 통상 출시 초반 3~4개월에 집중되며, 길어야 6개월이다. 시장에 어느 정도 물량이 풀리면 일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인 사이클이다. 7월이 되면 현재 신차효과를 누리고 있는 차종 대부분의 거품이 빠진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그 경우 재고 조정을 위한 가동중단 사태가 속출할 우려도 있다.
자동차 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내수시장에서라도 큰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며 "코로나19위기에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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