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연비제)가 위성정당의 난립과 분열 등 '꼼수'만 남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연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전국 개표율 100% 기준, 미래한국당은 33.8%, 더불어시민당은 33.4%, 정의당은 9.7%, 국민의당은 6.8%, 열린민주당은 5.4%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이 예상된다. 비례의석 배분은 이날 오후 5시께 선관위의 발표 이후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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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전 각각의 비례위성정당과 합동선대위회의와 '경제공동살리기' 공동선언식을 갖는 더불어민주당(위)과 미래통합당(아래)./사진=(위)더불어시민당 (아래)미래통합당 |
이와 같이 비례대표 개표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결과"라며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비제는 당초 유권자 지지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군소정당이 논의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지역구 의석수 규모가 큰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불리하게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도입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제1야당을 배제한 채 '4+1'이라는 범여권 협의체가 공직선거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자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은 고육지책으로 위성정당을 창당시켰다.
여기에 의석수 감소 우려가 가시화되자 민주당도 스스로 주도한 연비제 취지가 무색하게 위성정당 창당으로 응수했으며 결국 비례대표 의석 다수는 두 정당의 몫으로 돌아갔다.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선거법 통과를 주도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속출하는 비례위성정당 사태를 두고 "허탈하다"며 "다음 총선에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4+1 협의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에 이용만 당한 채 '비례의석수' 실리는 챙기지 못한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공직선거법 개정을 기회로 새 정당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정당 투표용지는 48.1cm 길이에 달하게 됐다. 정책 노선과 지향 가치, 정당명마저 숙지할 겨를이 없었던 유권자들은 생경한 투표용지에 혼란이 가중됐다는 볼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당 투표용지에 민주당 또는 통합당이 보이지 않아 다른 정당을 찍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는 전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연비제는)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선거제는 전 세계에 없다"며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위성정만 문제 등 (폐해가) 제일 크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폐지 여부는 여당의 마음머기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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