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회 경제부장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표류하면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하위 70%에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가경제가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을 지원하자는 당위성으로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것인데 규모를 두고 서로 표류하고 있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하위 70%에 대한 지원은 추경 7조6000억원과 지방재정 2조1000억원을 합친 9조7000억원 수준이다. 

여당이 고집하고 있는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100만원을 주자는 것으로 모두 13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주장하는 지원금은 불요불급 예산을 줄여서 가능하다는 규모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에 맞추기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박근혜 정부 시절 36~37% 수준을 나타냈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퍼주기식 정책이 난무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슈퍼예산을 마련해놓은데 이어 1차 추경까지 단행했다. 여기에 전국민 재난지원금까지 포함하면 국가부채는 42% 수준으로 높아진다.

일부 여당 인사는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라면서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적자국채를 적극 발행해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대출 뿐 아니라 직접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어떻게 보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기축통화국은 통화를 마구 찍어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서 조기졸업하고 금융위기에서도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튼튼한 재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하위 70%를 고집하는 것도 향후 경제상황에 따른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전국민이 힘들지만 향후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상황이 어떻게 더 악화될지 모르는데 무조건 퍼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미 재정이 거의 바닥이 난 상태에서 국채를 발행해놨다가 이후에 더 대응할 수단이 없게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일단 국채를 발행해 대응하고 차후 세금으로 거둬들여 채우면된다는 사고도 안된다. 코로나 난국에 세수 확대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아끼고 덜 써서 재정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지표는 적색경보를 보내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3%에 달한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7%를 나타낸 이후 최고치다. 

이마저도 올해 물가요인을 반영한 명목성장률을 3.4%로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각 기관들이 잇달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명목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재정수지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것이다.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재정이 악화되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국가신용도 하락은 물론이다.

아무튼 지금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하루빨리 결론을 내고 속히 진행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긴금재난지원금이 늦어지면 그만큼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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