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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의결권자문회사의 규율과 책임'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준선 성대 명예교수는 '의결권자문회사의 규율과 책임'를 주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힘이 점점 커져간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6년 12월 국내 최초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고, 2018년 국민연금이 채택하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가 적극적인 양상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가 이미 분석해 놓은 의결권 행사 내용에 관해 자문을 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최 교수의 의견이다. 군소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의안을 분석하기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기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돼 어렵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 스스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결국 이 같은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이 제3의 자문사에게 위탁할 수밖에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자문사 역할이 커질 전망"이라고 봤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회사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큰 실익 없이 거래비용만 늘어나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을 깎아먹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최근 미국 내 상장기업들은 의결권 대리행사(proxy vote)를 자문 및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활동에 대한 감독 당국의 관리 및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가 2018년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중 △사외이사 선임 △불법 정치자금 △기후변화 등 주총에서 발의된 다양한 주주제안 안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들에게 권고하는 방향과 회사의 방침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최 교수는 "현재 EU의 경우에도 의결권 자문사들의 자율협약(BPP)을 통해 마련한 모범 기준과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통해 의결권자문사를 규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 감독청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업에 대한 신고제 또는 등록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상충문제의 해소를 위해 그는 "겸업 또는 의결권 자문서비스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의결권 자문서비스 제공은 허용하되 이해상충 사실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해상충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를 구축하도록 하거나 의결권 자문회사와 그 모회사 등 계열회사 또는 임직원이 주식을 소유한 발행회사에 대한 의결권 권고는 제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해상충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의결권 자문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회사(계열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최 교수는 "이 경우 자회사의 경우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따라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자문사 설립은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최 교수는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지배구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코드 제정에 참여하는 단체는 코드 자문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스로 코드를 제정하고, 그 코드의 이행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코드 이행을 위한 자문업까지 한다는 것은 하나의 기관이 입법·행정·사법의 영역까지 모두 통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해당 기관의 이익을 위한 코드 제정, 집행 및 사후관리까지 하는 꼴"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제정 및 관리기관은 의결권자문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승희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문에 응하는 것을 영업(의결권자문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인력·재무상태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신고토록 한다.
최 교수는 "비영리기관이나 단체가 비영리를 목적으로 자문을 하는 경우는 명백히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므로 영리 법인이나 그 관련 기관이 자문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대가를 받는지를 묻지 않고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하고, 비영리기관이나 단체가 대가를 받지 않고 자문에 응하는 경우에는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게 최 교수의 견해다.
아울러 그는 최소 인력 및 자격, 담당자 공개 등 심사가 이뤄져야 하며,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직접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규제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결사들에 대한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가 분석한 의안 및 해당 분석을 근거로 한 자문의 정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안분석 방법을 기관투자자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의결권 행사에 대한 대략적인 지침과 구체적인 의안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를 사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자문에 대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자문사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공시 또는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해당사자들이 기초 사실관계 등의 정확성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의결권 자문사가 일방적으로 분석, 판단해 오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통제기준의 확립을 강조했다.
민사책임제도 도입과 관련,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기관이 부실 자문 보고서를 작성했을 경우 허위 사실에 기초한 것이므로 주주총회에 의한 회사의 지배구조나 구조조정 등에서 의사 결정이 왜곡되기 때문에 그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도입해 손해배상 근거규정을 법률에 둬야 하며, 의결권 자문사는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회사 선임 등 공개 등 기관투자자에 대한 규제에 관해서도 설파했다. 그는 "기관투자자가 어떤 의결권 자문사와 협력하고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며 "투자자인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교부하는 서면에 명칭·업무내용·선임기준 및 절차·감독방법·이해상충 상황·관리방법 등 의결권 자문회사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자문사에 대해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며, 낮은 평가를 받은 회사는 교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기업의 투자등급을 발표했는데, 신한지주·DB손해보험은 ESG 최고등급을 받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코오롱생명과학은 최하 등급을 받았다"고 구체적 예시를 들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중 미국 감염성 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FDA가 코오롱티슈진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인보사케이주)의 임상 3상 보류를 해제해 11개월의 침묵 끝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FDA가 2019년 5월 인보사 임상보류 결정을 한 지 11개월여 만에 다시 임상을 재개하게 됐다.
이에 최 교수는 "이들 두 회사는 명백히 호실적을 내고 있는데, ESG최하 등급을 매긴 서스틴베스트는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ESG 등급 부여와 수익성은 무슨 상관 관계를 갖는지, 나아가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성이 의심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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