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편집국]쌍용차의 옥쇄파업을 주동했던 노조원들 47명이 복직한 것은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만든다.
해고자들이 복직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009년 극한 파업을 주동하면서 실직자로 살아온 노조원들에겐 한없이 어려운 광야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일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그들이 돌아왔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지금 극한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연속되는 판매감소와 적자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2017년부터 연속 3년째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판매량도 지난 3월말현재 2만41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3627대에 비해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2819억원에 달했다. 자금여력이 사라지면서 판매확대에 필수적인 신차개발도 중단된 상태다. 국내시장에서 갈수록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다.
골리앗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규모 신차개발 및 판매공세에 밀려 쌍용차의 티볼리와 코란드 등 SUV차량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차가 나와야 판매확대가 가능한다. 쌍용차는 자금난에다 신차개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향후 경영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2514억원에 달한다. 현재론 상환능력이 없다.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은 증자의 파이프라인을 끊겠다고 했다. 설상가상이다. 마힌드라는 당초 신차개발등을 위해 쌍용차에 2300억원을 신규투자키로 했다. 코로나재앙이 본격화하면서 마힌드라는 이를 백지화했다. 대신 긴급운영자금으로 400억원만 지원했다. 이 정도의 자금은 쌍용차가 고작 한달도 버티기 힘든 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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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가 최근 한상균등 옥쇄파동을 주동했던 노조원 47명을 복직시켰다. 문재인정권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박근혜전대통령의 탄핵시위를 주도한 민노총 핵심인사 한씨등의 복직을 압박한 측면도 있다. 쌍용차는 수년간의 연속적자에다 유동성위기로 신차개발자금도 없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신규투자를 포기했다.자력회생은 불투명하다. 쌍용차는 대주주의 자구노력과 노사고통분담을 통해 재무구조개선과 판매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문재인정권과 한상균의 특수관계를 감안해 정치적인 고려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씨가 복직한 민노총재건에 나설 경우 현재의 온건노조와의 노노갈등도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쌍용차 |
코로나사태로 위기를 맞은 마힌드라그룹이 인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회사를 도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은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6500억원을 투자했다. 한때 소형 SUV 티볼리 인기로 회생의 길이 보였지만, 현대차 기아차 등 메이저 완성차업체들이 경쟁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 쌍용차를 더욱 어렵게 했다.
쌍용차는 대주주가 생명선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적인 회생은 불가능한 상태다. 마힌드라그룹이 다시 구명선을 보내주던가, 채권기관인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할 때에만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한상균 전노조위원장등 극한 투쟁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복직했지만 회사사정은 싸늘하기만 한다. 이들은 당초 2018년 문재인정권이 적극 중재하면서 출근키로 했으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무기한 유급휴직 처리됐다. 임금의 70%만 받아왔다.
문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국빈방문중 마힌드라회장과 만나 해고자 복직을 요청했다. 그후 노조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등이 참여하는 노노사정협의를 통해 복직자들을 5월에 일선부서에 배치키로 합의했다. 현장근무등에 필요한 업무훈련을 거쳐 7월부터 일선라인에서 일하게 된다.
쌍용차 노사는 힘을 합쳐 회생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이전엔 민노총의 핵심사업장이었다. 한상균등이 극한파업투쟁을 주도하면서 회사를 더욱 어렵게 했다. 민노총의 강성투쟁에 실망했던 노조원들은 옥쇄파업후 온건노조를 출범시켜 사측과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어려운 경영위기를 감안해 노조도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고, 임금도 동결하는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다.
강성노조지도자인 한씨가 복직하면서 지리멸렬해진 민노총조직을 재건하려 할 경우 현재의 온건노조와의 노노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관심사항이다. 한씨는 문대통령과 특별한 사이다. 박근혜전대통령을 촛불탄핵시위과정에서 민노총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문대통령은 민노총의 공로를 감안해 광화문 폭력시위 주동혐의로 수감중이던 한씨를 지난해 특별사면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문대통령의 한상균에 대한 관심을 아는 산업은행이 정치적 고려차원에서 추가 지원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론 근거가 없다. 한국GM의 경우 산은이 2대주주여서 증자등에 나섰다. 쌍용차의 경우 산은이 주주가 아니어서 인계철선처럼 자금줄을 대기가 쉽지 않다. 산은은 쌍용차에 1900억원을 대출해줬다. 한상균이 문대통령과 특별한 동지적 관계임을 아는 산은이 알아서 쌍용차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쌍용차가 철저한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권의 도움을 받아서 연명하는 것은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이 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노사도 고통분담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신차개발도 필수적이다. 대주주가 신차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나 산은이 대줄 수는 없다. 좀비기업으로 전락한다면 국책은행이 혈세를 펑펑 쓸 수는 없다.
한씨등이 복직해서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회사가 살아야 한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차량이 팔리고 이익을 내야 한다. 수년간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권의 개입과 압박에 의해 이들의 복직이 이뤄진 것은 적지않은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복직은 쌍용차의 미래를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한상균등의 복직은 옥쇄파업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정치적 복직에 따른 후유증과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복직하자마자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강성투쟁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칠 것이다. 복직자들은 노사를 패배자로 만들었던 무모한 투쟁을 돌아보면서 노사가 상생하는 협력의 길을 걸어가기 바란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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