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목소리 "등교개학 강행하면 고 3 수험생 안전과 학사일정에 큰 차질 빚어질 수 있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태원 클럽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교육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이태원발 2차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 교육계는 일선 현장과 학부모를 가리지 않고 오는 20일로 예정된 등교 개학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1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중국발 코로나가 이제는 이태원 클럽발로 지역 사회 곳곳에 창궐하면서 미성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등교 수업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날 "대입을 앞둔 특수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래서 등교 수업을 계속해서 미룰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위적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여전한데 발열 검사 등 자가진단을 한다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는 오늘부터 고 3 학생들에게 집에서 모바일폰 등을 통해 나이스(교육정보시스템·NEIS)로 발열검사 진단을 스스로 하고 37.5도 이상의 열이 있거나 발열 느낌이 있는 학생·교직원은 등교·출근을 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문제는 이번 주가 끝나가도록 이태원클럽 접촉자 수천명에 대한 진단검사와 동선 추적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감염 확산 추세가 커지는데 학교만 등교 개학을 강행할 경우 고 3 수험생들의 안전과 학사 일정에 도리어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어느 학교나 100% 완벽한 방역을 자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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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4일 오후12시를 기준으로 코로나 확진자 133명 중 이태원 일대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람은 82명이다. 나머지 51명은 이들의 접촉자들이다. 사진은 한 고 3 수험생이 학교 교실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이날 학교 및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대한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조희연 서울시교육감·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고 3 등교생 중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긴급이동지원 시스템'을 통해 선별진료소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서울 각 시내 학교는 비상연락체계를 가동한다. 등교한 고 3 학생이 학교에서 발열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학교에 마련된 임시관찰소에 대기했다가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조치를 받게 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와 관련해 "고3은 크게 상황이 변동되지 않는 한 20일에 등교한다 생각하고 있고 다만 고2 이하는 다시 방역당국과 상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지역 한 공립중학교의 중 3학년 담임교사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교육부가 코로나 확산 상황을 주시하면서 등교 추가연기 여부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선 현장은 여전히 불안한게 사실"이라며 "학년을 분산시켜서 한 학년이 등교하면 다른 학년은 원격 온라인 수업을 갖는 식으로 엇갈려 등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교육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연휴기간(4월30일~5월6일) 동안 이태원을 방문한 교직원은 전국적으로 880명에 달한다. 해당 클럽(킹클럽·트렁크·퀸·소호·힘·파운틴·술판·메이드·피스틸)을 방문한 교직원은 41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12시까지 클럽 방문자 5517명 중 2500여명 가량은 아직 '연락 두절' 상태다.
인천에서는 이미 지역사회의 3차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이날까지 확인된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133명 중 47명(35%)가 무증상 환자라 향후 3차 감염이 폭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등교 가능 시기에 대해 "이태원 집단감염 확진자는 5월 1일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천을 중심으로 3차 감염이 발생해 며칠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반장은 "고3 등교는 수능과 대학 입시라는 학사일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해서 교육부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 지역의 한 고3 학부모는 이날 본지 취재에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안전을 감안해 등교 개학을 더 늦췄으면 싶다"며 "이번 이태원발 확진자 대다수가 수도권이고 연령 또한 19~29세가 가장 많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부모든 내 아이의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며 "대입이라는 수험생 신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공부는 각자의 선택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등교 개학을 20일부터 강행하더라도 학교별로 학생이 선택할 여지가 있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