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만에 재잠행을 깨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언급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핵협상 몸값을 올리는 절묘한 타이밍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군사회의에서 기존에 제시된 목표를 반복한 것으로 북한 당국이 직면한 시급한 과제는 경제건설 매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 이후 자제해오던 ‘핵 억제력’이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처음 사용한 만큼 김 위원장의 발언 그 자체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 분명해보인다.

노동신문은 24일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한 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 총참모장을 군 차수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그가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도 건너뛰고 올해 초까지 ‘로키’를 유지해오던 김 위원장이 군 조직과 편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이 개발해온 핵무기와 각종 미사일, 방사포 등 신형무기체계들을 실전배치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지하 비밀시설이나 이동발사대, 잠수함 등 사전 포착이 어려운 체계가 강화됐을 수 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사적 논의와 더불어 군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더구나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방역 협력을 제시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교류협력도 안중에 없이 ‘마이 웨이’를 고수할 것이라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통일부는 25일 북한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기존 언급을) 재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직전 3차 확대회의 이후 약 5개월 만에 개최됐다”며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작년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같은 표현이 언급된 바 있고 이번 중앙군사위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 시기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세상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핵물질 생산시설을 눈에 띄는 방식으로 재가동하고 핵공격 역량을 과시할 장거리미사일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5일 VOA에 따르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김 위원장이 22일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언급한데 대해 5MW(메가와트) 원자로·재처리시설의 재가동과 핵물질 운반 모습을 고의로 위성에 노출하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핵물질, 즉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눈에 띄는 방식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다”면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우주 발사체 발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 발언에 대해 “북한이 훌륭한 경제를 갖기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난 3년반동안 북한과 갈등을 피해왔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계속 대화할 것이고,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원론적인 입장으로 대응했지만 앞으로 김 위원장이 예고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여부가 북미 간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북한 신포조선소에서 SLBM의 지상사출 시험이 관측된 바 있어 새 전략무기는 신형 SLBM를 장착한 3000톤급 핵잠수함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실제로 무력 도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고, 미 대선 이전으로 빨라질 경우 북한 문제를 치적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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