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개 비서관실, 공약수립 관여·하명수사 지시·윗선 보고 여부 등 검찰이 입증해야할 사안 다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와 공약 수립 관여,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이 지난 29일 열린 2차공판준비기일에서 공전을 거듭했다.

송 시장을 비롯해 송병기 전 부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지난 1월 먼저 재판에 넘김 검찰은 4·15 총선 이후 공범 등 관계자 20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하는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이날 직접 법정에 나와 "공범 등 연관수사가 진행 중인데 중요 참고인과 피고발인 다수가 소환에 불응하거나 임의로 일정을 늦춰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송병기 전 부시장의 경우 기소건 외에 다른 관련사건의 피의자 신분인데 지난 11일부터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불응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이어 "중요 참고인인 현직 경찰관 다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조직적 출석 거부가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5월 14일 열린 울산광역시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사진 좌측)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미래통합당 4선 의원)이 다른 당선인들과 함께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울산광역시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들의 별건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공전함에 따라 먼저 기소된 피고인 13명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과 복사가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재판부는 이날 "쟁점 정리를 아직 못했다"며 수사기록 제공상황 중간점검을 위해 두달 뒤인 7월 24일 공판준비기일을 더 갖기로 했다.

법조계는 재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은 30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피고인측에서는 열람 복사가 지체될수록 모든 관련자에 대한 무리한 검찰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게 정당한 방어"라며 "관련사건이라도 검찰이 오래전 인지한 다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만큼 이미 기소된 사건기록은 조속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얘기듣기로는 재판부 또한 검찰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재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입장에서도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7~8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후 인사태풍이 일어나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수사 규모나 13명 기소 당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청와대 균형발전·사회정책·정무수석·인사 비서관실이 동원됐다'고 적시했을 뿐더러 청와대 하명수사 혐의를 받는 민정수석·민정·반부패·국정기획상황실까지 더하면 총 8개 비서관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장 윗선인 문재인 대통령의 암묵적 승인 없이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로 수사 선상에는 2018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정권 핵심 측근이 다수 꼽히지만, 공수처가 출범하고 나면 현 수사 지휘부가 모두 교체되어 힘을 잃을 것"이라며 "일련의 의혹 정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전, 유야무야 정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스모킹건 중 하나로 꼽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대통령을 뜻하는 'VIP'와 조국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등장하지만 그 증명력을 인정받을지 미지수"라며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 후 모든 피고인들의 진술이 일관적이면 재판부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경선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 여부, 공약 수립에까지 관여하면서 무소속 의원의 지지까지 모의했는지, 황운하 전 청장 등 경찰측에는 김기현 전 시장을 내리찍는 하명수사를 실제로 지시했는지, 지시했다면 누가 어느 선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았는지 등 검찰이 확인하고 입증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재판은 7월 24일 3차 공판준비기일이다. 이후 열리는 1차 공판은 빨라야 8월말에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실체 파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각의 수사 방해에도 사건을 진행하려는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