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 20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1%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2000대 기업 중 작년 영업이익이 이전해보다 감소(영업손실 포함) 한 곳이 71%나 돼 내실이 허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는 ‘2009년~2019년 사이 2000대 상장사 경영 실적 현황 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이뤄졌고, 2009년부터 각 년도 상장사 매출 2000대 기업 대상이다. 매출 등은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이다.
지난해 2000대 기업의 매출 규모는 1541조원으로 전년도 1554조원보다 0.8% 가량 하락했다. 최근 10년 간 2000대 기업의 매출 규모는 2009년(1212조원)에서 2012년(1524조원)까지 성장세를 유지해오다가 2014년(1494조원)부터 2016년(1426조원) 사이에는 매출 외형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7년(1521조원)과 2018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외형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매출 외형 체격보다 기업의 내실이 부실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2000대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79조원으로 이전해 137조원보다 58조원 정도 줄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 규모가 42.3%나 쪼그라든 것이다.
순익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2000대 기업의 순익 규모는 52조원으로 이전해 99조원보다 47조원 넘게 떨어졌다. 절반에 가까운 47.8% 정도 되는 순익이 날아가 버렸다. 지난 해 2000대 기업에서 올린 순익 규모는 최근 10년 중 지난 2013년(42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회사 곳간이 부실해졌다는 의미가 강하다.
특히 지난해 20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이후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 당시 200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5.9%였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7.5%로 높아졌으나 2013년과 2014년에는 5.2%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8.6%)과 2018년(8.8%)에는 9%에 근접하는 이익률을 보였으나, 작년 영업이익률은 5.1%로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매출 외형에 비해 영업 내실이 약골로 변한 셈이다.
2000대 기업을 좀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지난 해 2000대 기업 중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영업손실을 본 곳은 무려 71%(1419곳)에 달했다. 10곳 중 7곳 꼴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순익이 감소한 기업도 60.3%(1205곳)이나 됐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 하락 기업 43.2%(864곳)보다 높은 수치다. 매출이 떨어진 기업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 숫자가 월등히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지난 해 국내 2000대 기업의 경영 실적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매출 1조원이 넘는 슈퍼 기업은 2018년 195곳에서 2019년 206곳으로 11곳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종근당(9557억원→1조786억원), 대웅제약(9435억원→1조51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9373억 원→1조1576억 원)를 중심으로 한 제약사들이 1조 클럽에 새롭게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매출이 1조 원 넘는 슈퍼 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면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도 보다 30% 이상 고성장한 ‘트리플 30% 클럽’에 포함된 기업(금융사 및 지주사 제외)은 모두 7곳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올해 국내 2000대 기업의 매출 체격과 영업이익 및 순익 체력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국내 기업은 매출 원가 절감을 비롯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이익을 올리기 위한 방안 모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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