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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앤파이터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넥슨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하고 재정비를 마친 넥슨은 코로나19 여파 속 게임의 성장세를 확인하며 글로벌 기업과 협업에 2조원을 투입한다. 지식재산권(IP) 개발을 통해 제2의 '던전앤파이터'를 찾겠다는 시그널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에 15억달러(1조8330억원)을 투자해 게임 IP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4월 한달 새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한달 새 1조4961억원의 현금 실탄을 모았다. 당시 넥슨이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내부 개발 역량이 타격을 입은 만큼 중견 게임사 인수합병(M&A)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IP 등 글로벌 협업에 대한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은 투자 회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다루는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지는 언급하기 이르다"면서도 "넓게 봤을 때 IP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넥슨이 자사 IP를 활용해 기존 캐시카우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관측이 나온다. 국산 IP 활용 게임을 만드는 동시에 지금까지 쓰이지 않은 해외 IP 게임을 연구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담금질을 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게임사들의 IP는 실적뿐 아니라 기업 가치까지 흔들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가 10여년간 든든한 매출원 역할을 해왔다. 던파를 개발한 네오플은 이 게임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넥슨의 영업이익이 1조20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큰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 2005년 등장했던 게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던파의 노후화로 중국 매출이 줄어들며 넥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빠졌다.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 2014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2000년 초반은 황금기였지만 지난 10년간 히트작이 없었다"고 돌직구를 날린 바 있다.
최근 카트라이더 등 검증된 인기작의 IP 활용에 여념이 없는 이유다. 넥슨은 서비스 16주년을 앞둔 장수 IP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출시해 2주 만에 국내의 기라성 같은 게임들을 무릎꿇리고 구글 매출 4위에 올랐다. 올해 하반기도 피파, 바람의 나라 등 간판 IP를 활용한 신작들로 채운다. 올해 1분기 넥슨의 전체 실적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20조원을 넘어선 이유도 IP의 위력 덕이다.
최근에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이 투입된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아닌 이상 해외의 대형 IP를 가져오는 것이 공식화되고 있다. 넷마블이 해외 IP로 만든 '일곱개의 대죄', '킹오브더파이터즈 올스타' 등이 시장 안착에 성공한 만큼 넥슨 역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IP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 서비스를 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IP에 목말라 있는 상태"라며 "넥슨이 2조원이라는 자금을 모은 과정부터 주목 받았던 이유는 업계에서 그 규모의 투자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IP만 붙잡고 있기에는 한계가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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