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째 지지부진…"시민단체 의견 더 듣고자"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부실회계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은 2년째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기부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기부금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차원에서 개정한 법령안의 핵심 내용은 당초 취지에서 한참 후퇴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는 9일 행정안전부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하려다 갑자기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정됐던 보도계획을 취소한다고 전날 공지하며 "조문 수정으로 (개정안이) 국무회의 안건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행안부는 지난해 6월에도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가 갑작스레 안건에서 제외한 전적이 있다.

당시 행안부는 시민사회단체 등 기부금 모집 단체 측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더 거치고자 일정을 순연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2018년 정부는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후원금 유용과 엉터리 시민단체 '새희망씨앗' 사건 등이 계기가 돼 기부 투명성·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에 돌입, 그 해 12월 첫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후 2년째 법령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등 기부금품 모집단체들의 반발 탓에 핵심 규정은 못 박지 못한 채 계속 수정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된 건 기부자들이 모집자에게 더 자세한 사용명세 공개를 요청할 때 모집자가 기부금품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신설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기부금품 모집자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용명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때에 기부자가 모집자로 하여금 기부금품 출납부나 모집비용 지출 명세서 등 장부를 공개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포함한다. 그럼과 동시에 기부자의 추가 정보공개 요청을 받을 경우 모집자는 7일 안에 해당 내용을 공개하도록 돼있기도 하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 상정하고자 했다. 그런데 모집단체들의 반발로 일정을 한차례 미룬 것이다.

모집단체 측에서는 영세한 시민사회단체 여건상 '7일 이내 공개'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은 과하다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행안부는 기부금 모집단체 측 의견을 받아들여 '7일 이내'를 '14일 이내'로 완화한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재차 입법예고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모집단체들이 영세해 기부자 요청에 따른 정부 의무공개 조항에 대한 반발이 심했고, 이에 따라 단체 측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화한 내용에 대해서도 기부금 모집단체 측의 반대 의견이 계속 이어졌고, '기부자 요청 시 정보 의무공개' 부분이 결국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대신 '기부자는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관련 장부 등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약한 규정을 두는 수준에 그쳤다. 기부금 투명성 강화 조항이 당초 개정 취지에서 유명무실해지는 등 후퇴를 거듭한 결과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4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9일 국무회의에 오를 예정이었다. 행안부는 다시 수정이 필요하다며 일정을 또 미뤘다.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기부자 요청 시 정보 의무공개' 부분은 시행령 위반으로 법률상의 벌칙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마지막에 뺀 것"이라며 "추가 조문 수정은 해석상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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