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맞아 “평화 힘든 길이지만 민주주의로 이뤄야 번영 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6.10 민주항쟁의 그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냈다”면서 “학생들은 앞장섰고, 회사원들은 손수건을 흔들고,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다. 어머니들은 전투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었다. 온 국민이 함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를 광장에 심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는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자라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나눔과 상생의 민주주의이다”라며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국민모두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권위주의 시대 고문과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7년 20주년 기념식의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제30주년 기념식 이후 3년 만에 다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먼저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면서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만들었다. 온 국민이 함께 만든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자라고 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며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성장시킨 우리국민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면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께 훈포장을 수여한다. 시민사회 유관단체의 광범위한 추천으로 선정됐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고 이소선, 고 조영래, 고 지학순,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박정기,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배은신 님이 대상이다. 정부가 6.10 기념식에서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국민포장 2명, 대통령 표창 5명도 포함됐다. 국민포장은 조지 오글 목사,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이다. 대통령 표창은 이순항(3.15기념사업회 고문), 최갑순(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홍종흠(2.28기념사업회 원로자문위원), 최우영(전 3.8기념사업회 회장), 패리스 하비(국제노동권리기금 목사)가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청와대

이날 문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민주주의 과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잘 정비됐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면서 “국가는 국민 삶을 위해 존재한다. 소수여도 존중받아야 하고 소외된 곳을 끊임없이 돌아볼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제도를 넘어 우리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말한 뒤 “조급해서도 안된다. 갈등과 합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이다”라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또 이날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지난날과 같이 우리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는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2018년부터 2․28대구민주운동과 3․8대전민주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3․15마산의거와 함께 4․19혁명까지 연결된 역사로 기억하게 됐다.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종료 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하고 헌화했다. 이 자리에는 고 박종철 열사의 유족(형)인 박종부 님, 민갑룡 경찰청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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