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 간 통신선 차단…미 “실망스럽다”며 ‘인권’ 문제 꺼내들고 압박
‘대미 공격수’ 권정근 복귀 “끔찍한 일 당하지 않으려면 끼어들지 말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 남한에 대해 강경 노선으로 회귀한 상황에서 미국이 10일 “실망스럽다”는 표현과 함께 국무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꺼내들었다. 특히 ‘종교의 자유’를 북미관계 정상화 조건과 연계시켰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이틀 앞두고 미국이 대북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도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다시 복귀해 미국의 ‘실망’ 발언에 참견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대남 비난을 담당했던 권정근이 다시 복귀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을 향한 거친 비난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며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 질문에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왔다”며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여하는 노력에 있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자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을 내세워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민족 내부 문제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대선을 앞두고 흑인 사망 항의시위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내 상황을 겨냥해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교착 국면에서도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권 국장은 “북남 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며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권 국장의 재등장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거침없는 막말로 이름을 떨쳤던 ‘대미 공격수’라는 점에서다. 그는 지난해 8월 당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며 청와대를 “겁먹은 개”에 비유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저질적인 인간”이라며 교체를 요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권 국장은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두고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군 한다(흩어진다)”고 했다. 남측엔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콧집이 글렀다”고 언급하는 등 거친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 북한 노동신문은 8일 전날 개성시 문화회관 앞마당에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이 모여 탈북자들의 반공화국 행위를 항의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특히 이번에 미 국무부는 10일 발표한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의 북한 항목에서 “미국정부는 완전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보고서에선 없었던 내용이다.

‘세기의 만남’이라고 불렸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한지 2년만에 북한은 미국을 향해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로 압박하는 현실을 맞았다.

자칫 북한이 북미 정상간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공식 파기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관측도 나와 있어 지난 2017년 북미 간 “늙다리” “로켓맨” 등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전쟁위기 직전까지 갔던 양상을 초래할지 우려도 나온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북한이) 올해 하반기에 핵무력 증강을 재개하겠다는 선언을 하거나,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공식파기하는 선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7·27(전승절), 9·9절(정권수립일), 10·10절(노동당 창건일)이나 6·20(포병절)에도 북한이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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