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외치지만 사라진 '협상 파트너'
민주당의 마이웨이, 협치 대신 대치만 남겼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원구성을 강행하면서 ‘야당 패싱’이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16일 이른 시일 내에 원 구성 완료를 시사한 가운데, ‘협치’ 대신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일하는 국회를 하루 빨리 가동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여당의 단독 원 구성은 지난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민주당은 남은 원구성에도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6개 상임위 가동으로는 시급한 코로나 위기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금주 안으로 18개 전 상임위에 대한 원구성을 마치고 추경 심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을 향해서도 “달라진 뉴노멀을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21대 일하는 국회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통합당이 일하는 국회에 헌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낭비하지 않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항의 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민주당이 “21대 일하는 국회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한다”고 선언했지만, ‘일하는 국회’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통합당은 대여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 단독 원 구성을 막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 파트너도 사라진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사퇴에 앞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내놓겠다”며 “이 출발은 21대 국회를 망치고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승자의 저주, 권력의 저주를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란다”라고 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이 단독 원 구성을 감행하면서 의사일정의 장애물이었던 쟁점 상임위원회 위원장직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3차 추경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 등에서 통합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177석과 49%의 지지 국민들의 의석수나 득표율이 국회를 100% 자기들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야당도 103석이 있고 41%의 지지자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지금 민주당이 구축하고 있는 국회의 하드웨어, 국회 운영의 하드웨어는 야당은 100% 배제되고 민주당은 100% 장악해 가지고 100 대 0으로 가는 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항의 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반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야당이 이 문제를 갖고 몽니를 부리거나 무한 반복을 할 게 아니다”라면서 “여당이 법사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야당이 흡족해할 만큼 양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을 잘 받아들여서 국회 운영에 협조를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첫 걸음을 뗐으니까 최대한 야당의 상황과 조건, 요구를 잘 배려하면서 남은 원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대립의 다음 라운드는 ‘공수처 출범’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공수처장 임명을 두고서는 여야의 갈등이 예상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 측 후보추천위원 2명이 동의하지 않고 버틸 경우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다.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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