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용퇴론에 몰려 힘빠졌다가 총선 후 당 중심 우뚝
우상호 이인영 원내대표 이어 통일부 장관에도 하마평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용퇴론까지 제기됐던 86그룹이 다시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거대여당을 이끌 원내대표를 탄생시킨데 이어 이번에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할 통일부 장관에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86그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단번에 민주당의 주류로 올라섰다. 촛불정국, 문재인 정부 탄생을 거쳐 지난 4월 총선 이후에는 정부‧여당을 이끄는 지도층에 올랐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빛을 발한 인물은 바로 김태년 원내대표다. 그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출신이다. 177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며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미디어펜

대외적으로는 86그룹의 대표격인 1980년대 전대협 간부 출신 3인방인 이인영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연일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들이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대 조명균, 2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모두 관료, 학자 출신이었던 만큼 정무적 감각을 가진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1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부처를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관료나 학자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인영 의원은 가장 유력한 후보다. 그는 당내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장을 맡았으며, 4선 국회의원 기간 동안에 남북 문제에 있어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 4기 원내대표를 맡아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4‧15 총선 승리 등 굵직한 과제들을 해결해 온 만큼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돌파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으며, 비서실장으로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었다. 전대협 3기 의장 시절 대학생이던 임수경 전 의원 방북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표적 86그룹 중 한 명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른 우상호 의원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우 의원은 전대협 간부 출신으로 유연한 소통 능력과 탁월한 정무 감각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우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입각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외교안보라인 전체에 대한 인적 쇄신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인사의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86그룹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 그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