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당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제안으로 추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1일 민노총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혀 깨졌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정 간 극적인 타결로 합의문까지 마련됐지만, 강경파가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실력으로 저지하면서 파국으로 끝났다.
김명환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까지 언급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연속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설득에 나섰지만, 전국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및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등 강경파는 이날 위원장실로 집결해 가로막고 나섰다.
민노총은 3대 계파(국민·중앙·현장파)로 이루어져있는데 이중 '좌파그룹'으로 분류되는 현장파는 산별조직을 장악하고 강경투쟁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파는 민노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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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8년 11월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 등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
전국의 모든 근로자 중 노동조합을 조직한 근로자들이 11.8%라는 점과 그 노조의 절반이 민노총이라는 점을 대입하면, 민노총 강경파는 전국 전체 근로자의 2%에 불과하다.
이들이 노동정책 일환으로 추진한 (그것도 민노총 자신들이 제안해 시작한) 노사정대타협으로서의 사회적 대화를 엎어버린 셈이다.
이번 강경파의 실력 행사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국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노사정이 잠정합의했던 합의문은 전문과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구체적으로 사측은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계는 휴업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조치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후속 논의는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서 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민노총 강경파가 강력 반대하고 나선 진짜 이유가 겉으로는 '노력'과 '협력' 등 알맹이가 없는 형식적 합의에 대한 반발이고, 속으로는 '후속 논의를 경사노위를 통해 한다'는 조항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장은 이날 "취약 노동자 해고 및 일부 사업장 폐쇄에도 잠정합의안에는 이를 해결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며 "협력한다, 노력한다와 같은 추상적인 말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2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2년간 참석과 불참, 반대를 반복하면서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민노총 참여가 큰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가 크다"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보다는 대통령직속 경사노위 틀 안에서 사측과 조율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강경파는 경사노위에 대한 반발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민노총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협약식을 재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노총은 오는 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5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뜻을 비췄지만, 서울시는 2일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서울시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자 감염병예방법 49조에 근거해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민노총 강경파가 향후 노사정 사회적대화에 또다시 보이콧하고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