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각종 상임위원회의 '거여 폭주'를 실감, 국회 무용론을 호소하며 '장외투쟁' 병행을 거론했다. 통합당이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은 21대 국회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3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 가능성을 닫지 않겠다"며 전날(29일)에 이어 장내외 투쟁 병행론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방식에 대해선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통합당은 당초 21대 국회에서는 장외투쟁을 고려하지 않을 기세였으나 의석수 열세로 장내투쟁이 한계에 직면, 방향을 선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결단에는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통합당은 지난 29일 오전 비공개로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갖고 이같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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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3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장내외 투쟁 병행론을 거론했다./사진=미래통합당 |
5선인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국회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너무나 무기력하다"며 의석수 열세의 무력감을 호소했다. 이어 "우리에게 덧씌워진 장외투쟁 콤플렉스를 벗어던져야 할 순간"이라며 "원내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선인 홍문표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대한민국 시장경제를 지키려면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우리가 더이상 깨지고 부서지고 수모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장외 투쟁을 강력 주장했다.
3선의 조해진 의원도 "국정 아닌 헌정 농단이다. 공산당도 이렇게 안 할 거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4년 동안 이렇게 간다면 4년 국회의원 임기를 집착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라며 원내투쟁 한계를 지적했다.
다만 통합당은 장외투쟁 방법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고안 중이다. '황교안 체제'에서 통합당이 단행했던 삭발·단식 투쟁 및 광화문 집회와 같은 방식에서는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장외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할 필요성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황교안 대표 체제의 대규모 장외집회는 효용이 없다는 게 증명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외투쟁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장내 의정활동과 병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연석회의에서 정진석 의원의 장외투쟁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과거 방식처럼 광화문 집회나 서울광장 집회 이런 것은 하지 말자,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3선의 박대출 의원도 '미디어펜'에 "'장외투쟁' 용어보다는 '대국민 홍보전'으로 가야 한다"면서 "메시지와 비쥬얼이 함께 가는 세련된 방식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핵심 지지 세력과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불리는 우파 진영을 '극우'로 몰아세우는 등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장내투쟁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장외투쟁 필요성에 대한 신중론도 엿보인다. 특히 초선들을 중심으로 원외 투쟁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은 기류다. 통합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장외투쟁에 대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초선 간의 인식 차이는 있을 것"이라며 초선들의 분분한 의견을 암시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미디어펜'에 "지금 당장은 조금 이른 측면이 있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기했다. 강대식 의원도 '미디어펜'에 "그렇게 해야(장외투쟁) 국민들 알 권리 보장된다는 이야기가 대두되는 것이지 일부에선 아직은 회의적인 반응들이 있다.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30일 긴급 의총에서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장에서 가급적 많은 발언을 해 국민이 국회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전날(29일) 발언한 '장외투쟁 고려'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적으로 원 밖의 야당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말한 바 있다.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의회 독재이기 때문에 장외투쟁한다'라는 명분은 식상하고 국민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장외투쟁을 통해 법안 저지든 통과는 분명한 성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황 대표 체제 때의 방식이라면 장외투쟁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당하고 깨지는 모습이 계속 노출되는 편이 낫다. 정부여당에 대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국민적 여론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까진 '연민'을 자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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