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의 동맹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당장은 소구력 높은 콘텐츠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 콘텐츠 생태계 자체를 해외 플랫폼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의 독자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자본금 확보를 위한 협업 마케팅, 콘텐츠 개발 등이 요구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IPTV·OTT 사업자들의 넷플릭스 제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KT는 오는 3일부터 IPTV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이동통신사로는 2018년 독점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에 이어 두 번째다. OTT 왓챠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개인별로 추천해주는 '왓플릭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업자들의 넷플릭스 제휴를 놓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콘텐츠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첫 단추이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기획력, 소구력을 비롯해 인력, 시스템, 자본 등 콘텐츠 제작 규모가 넷플릭스보다 낮다. 넷플릭스와 제휴를 서둘러 가입자 확충에 나서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독자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넷플릭스가 2018년 LG유플러스와 계약한 수익 분배 조건은 9대1이다. 당장은 통신사가 넷플릭스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지만 결국 자사 콘텐츠 소비량과 수익 감소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향후 독자 비즈니스 모델로는 수직계열화 전략과 미디어 커머스 전략, IP 전략 등이 떠오른다. 현재 넷플릭스는 독자 콘텐츠를 구독형으로 제시하는 독자 OTT 전략이고 국내 사업자는 콘텐츠·지식재산권(IP)·유통·커머스·매니지먼트 등을 수직적으로 이끌어가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추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격적으로 OTT 시장이 형성되고 사업자간 거래 수준이 결정되는 시기로 독자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며 "앞으로 국내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수직계열화와 IP 전략, PPL·오픈 마케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수익성 창출을 겨냥한 미디어 커머스 전략, 독자 OTT 전략 등이 갈리며 또 한번의 거대 인수합병(M&A)과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텐츠 개발 역시 당면한 과제다. IPTV 사업자는 OTT 형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향후 플랫폼 개념이 사라지며 콘텐츠 싸움이 곧 경쟁력이 될 것이 불가피하다.
콘텐츠 투자금 확보를 위해 자본을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사업자와의 협업 전략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라는 자본 투자처가 사라졌을 때 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노하우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없다"며 "예를 들어 네이버, 카카오, 대형 엔터테인먼트 등과 라이브 커머스, 미디어 커머스 형태로 협업하며 자본금 규모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에 경쟁자가 들어와 있는데 가입자를 확보한 후 투자를 점차 하겠다는 건 장사를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도 국산 OTT 육성을 위해 진흥 위주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아무런 투자·지원책이 없으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말로만 하는 OTT가 남는 것"이라며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넷플릭스와 국내 이용자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간섭보다는 지원 정책, 해외 OTT 진입에 대한 규제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논의의 장과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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