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 4월 총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로 결집한 것처럼
부동산‧성비위‧다주택 참모 논란 속 정상적 여야 경쟁구도 형성
통합당 추락 위기도 민주당 반등 카드도 남아…확장력이 관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무려 4년만에 처음으로 추월했다.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창당 이래 역대 최고 지지도를 경신해 36.5%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압승을 거둔 지난 4월 총선 이후 불과 4개월만에 19.2%포인트 하락해 33.4%로 내려앉았다. 

총선에서 176석으로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의 지지율은 4월 4주차 52.6%로 치솟았고,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한 103석을 얻은 통합당은 같은 시기 28.2%였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빠졌고, 무당층도 4월 4.5%에서 14.5%로 급격하게 늘었다. 그동안 여권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란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도층에 있던 상당수가 통합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 ‘최순실을 눌러버린 부동산’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지만 아직까지 통합당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이제야 정상적인 여야 경쟁구도가 형성될 조짐이 보였을 정도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10대 후반부터 20대, 30대와 50대, 60대에서 20~30%포인트가 하락해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큰 폭으로 지지율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보좌진, 대구 수성구 지역 당원 등 100여명과 함께 전남 구례군 구성마을에서 수해 복구에 나섰다./미래통합당

특히 55.6%이던 50대의 지지율이 24.9%로 하락, 무려 3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다만 40대의 지지율이 59.1%에서 47.1%로 떨어져 10%포인트라는 비교적 적은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콘크리트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 성향별로는 당연히 중도와 진보 진영의 이동이 컸다. 중도층은 총선 직후 민주당 지지 46.9%, 통합당지지 27.4%에서 민주당지지 30.8%, 통합당지지 39.6%로 지형이 역전됐다. 진보층은 총선 직후 민주당 지지 79.5%의 압도적 지지층에서 55.4%로 크게 지지세가 둔화됐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의 이동이 가장 컸다. 총선 직후 민주당 지지 56.8%, 통합당 지지 21.1%이던 대전·세종·충청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28.6%, 통합당 지지 39.0%로 완전히 뒤바뀐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가격 변동이 심했던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총선 직후 50%를 넘던 민주당 지지율은 30%대로 하락했다. 이 지역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7~9%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단연 총선 이후 불거진 다양한 논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위안부할머니 관련 논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청와대 다주택 참모 논란까지 사실상 여당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총선으로 176석이 된 슈퍼 여당의 독주 논란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5년만에 처음으로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3법, 공수처 3법, 임대차 3법 등 쟁점 법안을 통합당의 참여없이 처리하면서 국민들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총선 결과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코로나 방역에서 선방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여당에 표를 몰아 준 결과였다면 이번 정당 지지율 변화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 지난 2일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엑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ㆍ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후보들이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은 1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던 초반에는 반사이익 측면도 있었지만 이젠 구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위기 때 가장 합리적이고 어떻게 보면 교활하기까지 한 중도층의 표심이 통합당에 쏠린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은 실책을 보일 때가 됐고, 이런 와중에 통합당에서 최근 내놓고 있는 정강정책은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이날 기본소득을 새 정강정책 1호에 담았다.

박 교수는 이어 “여야가 정상적인 경쟁구도를 지속하려면 야당은 보수당에 맞고, 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여당은 밀어붙이기 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통합으로 가야한다. 민주당이 반등할 카드도 위기 때 찾아온다. 결국 정당의 확장력이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소폭 하락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3.3%가 긍정이라고 답해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의 43.9%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52.4%에서 52.5%로 0.1%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당 지지율을 청와대 대변인한테 묻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여론조사 관련 질문이 있을 때마다 이미 일희일비하지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당면한 수해 복구, 코로나 방역, 부동산 안정 및 주거 실현을 포함한 경제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며 뚜벅뚜벅 국정 행보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