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리보호 활동가 단체 DxE, 업무방해 혐의 인정…인당 300만원 벌금
   
▲ 수원지방법원청사./사진=수원지방법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도계장 앞에서 드러누우며 "닭을 죽이지 말라"고 구호를 외친 동물권리보호 활동가들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모든 동물의 삶이 존중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인선 수원지법 형사2단독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도계장 앞에서 콘크리트가 담긴 여행용 가방에 손을 묶은 채 도로에 누워 생닭을 실은 트럭 5대를 가로막았다. 이어 "닭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4시간 이상 업무를 방해했다.

동물권리보호 활동가 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소속 A씨 등은 사건 당일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글로벌 락다운(도살장 등을 점거해 업무를 중단시키는 직접행동)'의 차원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 등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닭과 소, 돼지가 도살되는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최후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닭과 저의 목숨의 무게는 왜 이렇게 다르냐"며 "살고자 하는 의지는 사람과 닭 모두에 있고 동물에도 권리를 주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등의 주장을 기각했다.

우 판사는 "1978년 선언된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은 모든 동물의 삶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동물은 부당하게 취급받거나 잔인하게 학대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점진적 속도이기는 하나 우리나라 역시 이런 논의를 확장해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며 "개정을 거쳐 동물보호 수준을 강화해왔다"고 판시했다.

또 "이 법이 밝히고 있듯 이제는 동물을 단순히 식량자원으로 다루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도축 과정에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판사는 "피고인들의 신념은 법 제정 취지와 같다"면서도 "동물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성이나 당위성을 부여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위생적 사육환경·생명존중이 없는 도축 과정 만을 바라보며 범죄사실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생각하고 행동할 경우 언젠가는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이 끝난 뒤 A씨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A씨 측은 "판결문에 '동물권리'가 언급됐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여전히 동물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인간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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