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개월여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4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3월8일 367명을 기록한 이후 166일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고 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하고 전염력은 더 강해져 대구 신천지 사태보다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수도권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난 14일부터 신규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 18일 246명, 19일 297명, 20일 288명. 21일 324명을 기록했다. 8일간 확진자는 총 1900명으로 누적 1만6670명의 10%를 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K방역’을 내세우던 정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거리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8·15에 거리로 나선 단체는 많다. 부동산 정책에 폭발한 민심,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문제, 민주노총 등이 나선 거리집회는 코로나의 대폭발 예고편이다.
엄중한 시기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시점이다. 와중에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오늘 오전 7시를 기해 무기한 업무중단에 들어갔다. 의사들의 무기한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이다. 23일까지 부분적 파업이 이어지고 26일부터 28까지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의료분야의 공백은 코로나 국면에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긴급 회동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의협은 잘못된 의료정책을 저지할 목적의 불가피한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기가 나쁘다. 의협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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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개월여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4명이라고 발표했다. |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 분명한 정책을 왜, 지금, 하필, 이 시기에 밀어 붙여서 논란을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의료계가 줄곧 반대해 온 정책을 코로나로 인해 혼란스러운 이 시점에 강행하느냐다. 갈등 요소를 최소화 하면서 전 국민이 함께 해야 할 시점에 갈등 요인을 정부가 부추긴 감이 없지 않다.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의료인들은 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피로해 있고 신경이 날카롭다. 일선에서 힘써 왔다.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대화도 협의도 실종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모양새다.
의료계의 고민도 클 것이다. 코로나의 2차 대유행 시점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의료계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큰 정부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만든 문제다. 견제 능력이 없는 거수기 정당이 된 여당이다. 이미 청와대의 2중대가 아니라 친위 홍위군이 됐다.
갈등을 멈추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 코로나의 대유행이 현실화 되고 있는 입장에서 의료계의 파업은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합법성을 찾기 힘들다. 물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을 넘어선 정부가 문제다. 코로나를 멈추게 한 건 정부가 아니라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과 국민들의 학습효과다. 이걸 이 정부는 자신들의 치적인양 떠드니 문제다.
정책은 신뢰와 타이밍이다. 부동산 '23전23패'의 시장 역습은 정책의 실패 결과다. 그래도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밀어붙이기식으로 규제에 규제를 가하고 있다. 선의로 포장한 독선의 그림자로 국민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시장은 거꾸로 반응한다. 온갖 통계를 마사지 하면서 정부는 '소통'이 아니라 '강제'를 합리화 하고 있다.
위기다. 코로나 책임 공방전은 민심에 불을 지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가 전국적인 감염확산의 뇌관이 됐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전광훈 목사와 미래통합당 일각이 한 몸이 돼 움직인 셈"이라며 날을 세웠다. 코로나 와중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남 탓'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교회 소모임 금지를 해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수를 살린다며 8월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수진작을 위해 1800만 명에게 소비쿠폰을 뿌렸다가 코로나가 확산되자 이틀 만에 중지했다. 이때 정부의 인식은 코로나가 끝나가니 밖에 나가 사람 만나고 먹고 놀러 다녀서 내수를 진작해 경제를 살리자는 신호였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조짐을 보이자 대대적으로 'K방역'을 자화자찬했다. 상황이 바뀌자 책임보다는 남 탓이다. 국민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들의 숱한 경고를 무시한 게 정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 바로 통제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게 누구인가.
전염병에 대한 방역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다. 그런데 대통령마저 남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에 "국가 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교회를 확산 주범으로 몰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국민들도 적폐 취급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편가르기식이나 책임을 묻는 식에 멈춘다면 곤란하다.
코로나 대유행 조짐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방역 최종 책임자인 정부다. '남 탓'도 모자라 '마녀사냥'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문제 해결보다는 자기방어, 정책보다는 정치를 앞세우는 정부의 이중적 모습이다.
의료계 파업과 거리 집회는 정부가 대화로 풀어내야 할 과제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가 생각이 다르고 반정부적 입장을 보인다고 적폐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가가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있다. 코로나는 지금 정부를, 지도자의 통치력을 시험하고 있다. 99%를 위해 1%를 희생양 삼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살아야 한다. 대화와 소통이 사라진 일방통행식 독선의 정치를 치유해야 한다. 1%의 국민도 99%의 국민과 똑 같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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