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쟁시 원금 반환 사례 반복될 여지 높아져"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투자원금을 전액 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권에선 이번 결정이 향후 부실펀드와 관련한 금융분쟁에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사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무엇보다 ‘손실은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기책임 투자원칙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펀드 사고 발생 시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요구가 반복될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투자원금 전액배상 권고를 최종 받아들였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6월 30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판매사들이 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를 내린 근거는 민법 제 109조에 명시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였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 중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판매사가 허위정보가 담긴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고객에게 설명해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권고가 적용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은 모두 1611억원이다.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투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이다. 판매사들은 금감원 분조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배임 소지 등의 이유로 권고안 수락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권고안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명분삼아 최근 금융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금융사에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서도 자기책임 투자원칙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짊어지우는 나쁜 선례를 남겨 향후 금융분쟁 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판매사에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권고안이 받아들여진 것은 처음있는 일로 향후 펀드 사고와 관련된 분쟁에서 전액배상 요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금융권의 펀드 사고 발생시 금융사에 전가되는 책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펀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