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월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 정무위원회, 법사위원회에 정부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신중 검토와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달라고 31일 건의했다.
지난 6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제계의 지속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별도의 수정 없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
|
|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입구 /사진=미디어펜 |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지난 7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계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은 채 지난25일 국무회의에서 원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며, 우리 경제의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법 정부안, 기업 경영의 안정성 위협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시 모회사의 주주는 1%의 지분만 가지고도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자회사에 출자도 하지 않은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자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소송리스크가 커질뿐 아니라 자회사 주주의 권리도 상대적으로 침해될 소지가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1인 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임해야 한다. 감사위원도 다른 이사들과 권리⸱의무가 동일한 ‘이사’이지만, 정당성이 부족한 분리선임 규제로 인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자본다수결 원칙도 훼손될 전망이다.
정부안은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원의 수를 전체적으로 축소하거나 △감사위원회제도를 상근감사제도로 전환하는 등 감사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막대한 규제 순응비용 초래
향후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지금보다 자⸱손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해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비용만 30조1000억원, 그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23만8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될 경우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은 이를 사업 축소·포기의 시그널로 인식해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해 소수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기업들은 과징금 외에도 형사고발, 시정조치, 과태료, 민사적인 손해배상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과징금까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은 신규투자, 신성장동력 발굴보다 사법리스크 관리에 자원을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과징금 상한이 상향조정될 경우 최대 60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의 역량을 불필요한 규제에 순응하는데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며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경제계 의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