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투표가 가결되고 집행부가 파업을 최종 결정할 경우 최근 수출물량 회복을 계기로 부진 탈출에 안간힘을 쓰던 회사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된다.
지난달 한국지엠은 수출물량의 약진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고 파업에 들어가면 그동안 쌓아왔던 일감을 날릴 수도 있어 경영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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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부평공장 입구 홍보관. /사진=미디어펜 |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주 중으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할 예정으로, 중노위에서 조정중지가 결정될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갖는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기면 노조 집행부는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거쳐 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8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 임금성 외에 지난 2018년 부도 위기 당시 자구계획 차원에서 이뤄진 복리후생 축소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당초 지난해 달성을 목표로 했던 흑자전환이 올해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큰 폭의 임금인상 등 인건비 급등 요인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단협 교섭 외에 회사의 생산성 제고 조치에 노조가 반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회사측은 최근 미국에서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주문 확대에 따라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기존 28대에서 30대로 늘리려 했다. 그러나 해당 공장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작업을 중단한 채 공장장실을 점거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회사측은 "다른 공장에서는 60잡(UPH)씩 하는 곳도 있는데, 지금 부평 2공장 상황에서 32잡은 결코 무리한 작업량이 아니다"며 "그동안 전환배치 등을 통해 인원도 늘렸고 노조와 충분한 협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도 부족한 중차대한 시기에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30잡 일방강행을 시도했다"며 이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3년간 무급휴직 대상이었다가 1년여 만에 조기 복직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직 당시 받지 못했던 복지혜택을 금전적으로 보전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측은 무급휴직 당시 생계비용을 지급했고, 당초 3년이었던 휴직 기간을 단축해 최대한 빨리 복직시키는 등 군산공장 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압도적 가결로 사측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실력행사'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으로부터의 주문량이 늘어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파업이 발생하면 실적 악화는 물론 글로벌 GM 내에서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부도 위기 당시 GM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 및 신차 2종 배정을 받는 대신 자구노력을 통한 실적 회복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GM이 배정을 약속한 2종의 신차 중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부터 생산에 투입돼 한국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1종인 차세대 글로벌 CUV는 아직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트랙스 주문이 늘면서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다"며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 생산물량이 확보되는 게 얼마나 긍정적인 일인데, 파업이 논의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지엠의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7% 증가하며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트레일블레이저는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총 1만1391대가 수출되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지엠이다. 이에 이번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권확보를 위한 움직임과 공장장실 점거와 같은 실력행사 등의 만행은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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