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장관이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장관이 확보한 지지표가 전체 국회의원의 394표 중 75%인 294표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결정적으로 자민당 당원 투표가 생략되는 ‘약식 선거’로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로 확정된 것이 스가 장관의 차기 총리 가능성을 높였다. 자민당이 내건 명분은 코로나19 사태 속 아베 총리가 병환으로 중도 하차했기 때문에 긴급 사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사임 쇼’와 더불어 추후 ‘총선거 압승 시나리오’가 작동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아베 총리의 사임이 예고되면서 남은 임기까지 대행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즉각적인 총리 선출을 예고했다. 특히 1일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이 최종 약식 선거로 결정되면서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당선 가능성을 낮추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의 지지율은 가장 높지만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당원이 배제된 채 당 소속 의원들만 투표하는 약식 선거를 치를 경우 이시바 전 간사장이 가장 불리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까지 스가 장관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결정한 파벌은 가장 큰 ‘호소다파’(98명)과 ‘아소파’(54명), ‘니카이파’(47명), ‘이시하라파’(11명) 등이다. ‘다케시타파’(54명)도 스가 장관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다. 여기에 스가 장관계 의원도 50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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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스가 장관 페이스북 |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자민당은 파벌정치로 유명하지만 큰 흐름이 만들어지면 각 파벌도 그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며 “그 흐름에서 제외될 경우 그 파벌에서 장관급 인물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또 “당초 차기 총리에 출마하겠다고 했던 고노 다로 방위상이 불출마한 이유도 이런 이유이다. 고노 방위상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아소파도 스가를 지지하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고노 방위상이 차기 관방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거의 극우 정권을 계승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전격 사임은 첫째, 이시바 전 간사장을 밀어내기 둘째, 후계자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에 대한 배신 셋째, 스캔들 회피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달 25일부터 아베 총리가 참석해야 되는 재판이 시작됐다. 크게 벚꽃 스캔들이라든가 학원 스캔들, 또 선거법 위반 스캔들 관련 재판 3건이 계속 있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에 총리의 개입 의혹이 커져 검찰은 재판에 그를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아소 다로 부총리의 도움을 받은 아베 총리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작동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호사카 교수는 “약식 선거에 대해 이시바 전 간사장 등 자민당 내에서 정통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일단 스가 총리를 확정한 뒤 한두달 뒤 갑자기 내각 총사퇴와 함께 총선거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에 아베 총리가 사퇴하면서 동정표로 국민 55%가 지지로 돌아섰다. 또 항상 새로운 내각이 출범할 때 지지율이 높았다”면서 “이런 상황을 좋은 타이밍으로 보고 총선거를 치르고 압승한다는 시나리오까지 구상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실상 차기 내각도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런 관측을 한 배경과 관련해 스가 장관의 후쿠오카와 오사카에 새로운 아시아 금융센터 설립 구상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금융센터 역할을 해온 홍콩이 추락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후쿠오카는 아소 부총리의 지역이고, 오사카는 야당이지만 우파인 일본유신회 지역으로 다음 총선을 대비해 포석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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