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재난지원금 논쟁에서 선별지급으로 가닥
야권 지도자 연이어 만나면서 정책 협치 제안
인사는 파격, 당청 관계는 안정...유연한 리더십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사이다 화법’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여의도에 복귀한 이후 ‘고구마 화법’으로 일관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잃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원인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그런 이 대표가 대표 취임 이후 변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확실하게 본인의 의견을 밝히면서 당을 이끌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할 일과 할 말을 다 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망원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이 대표는 당내 논쟁거리로 떠오른 2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평소 자신의 신념이라고 밝힌 ‘선별 지급’으로 관철해가고 있다. 재난지원금 대신 ‘코로나 긴급지원’, ‘맞춤형 지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소모적 논쟁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생계가 몹시 곤란한 국민들에게 맞춤형으로 집중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묘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보편과 선별이라고 하는 건 복지 정책을 지속할 때 아주 철학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서 “전 국민을 지급할 거냐, 특정한 대상을 지급할 거냐 하는 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맞춤형 지원은 특정 계층의 피해가 분명하고 클 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것이고, 경기 진작을 위한 경제정책으로써는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게 효과가 있다”면서 “지금 상황은 피해 계층이 상당히 특정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대권 경쟁상대인 이 지사와 차별화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이 지사를 중심으로 ‘전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 대표가 취임한 후 관련 발언이 잦아들었다. 당정 기류도 선별 지급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의 협치도 자연스레 물꼬를 트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공감대를 마련했다. 또한 정당 간 4‧15 총선 공통 공약이나 비슷한 정강‧정책을 우선 입법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국회 내 4개 특위 구성을 이른 시일 내에 가동해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같은 경제민주화 의제도 안건으로 올려 여야 협의를 시도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정기국회를 맞이해 이 대표께서 새로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1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취임 직후 강조한 ‘원칙 있는 협치’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드러냈다. 이 대표는 야당에서 주장한 상임위 재분배 요구와 관련해 “금년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집권 여당이 책임 있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인사와 당청 관계에서도 이 대표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20대 여성을 임명하는 파격을 보이면서도 지역 안배는 고르게 했다. 당청 관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는 7일 첫 교섭단체연설 준비도 공을 들이고 있다. 메시지팀과 측근 의원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미래 비전을 포함한 대국민 메시지를 구상 중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대표 취임 이후 ‘사이다’ 이낙연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면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이 대표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