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댓글 3만개…야당-간호사 단체-아이유팬도 발끈
여권 정치인의 여론과 동떨어진 공감능력 다시 주목 받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들의 파업과 관련해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편 가르기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참모진이 작성할 때도 있다. 3일 청와대에서는 오전 현안회의 때 이번 문제에 대해 꽤 오랜 시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게재된 문 대통령의 간호사 격려 메시지는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았다” “진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의 비난도 감당해야 한다” “지난 폭염 때 쓰러졌던 의료진들 대부분은 간호사들이었다”는 말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의료진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SNS에는 하루만인 3일 3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평소 지지층의 댓글이 주를 이루던 것과 달리 비판조의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또 야당을 비롯해 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도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메시지에서 언급한 가수 아이유의 아이스 조끼 기부와 관련해 아이유 팬클럽도 성명을 냈다. 무엇보다 간호사 단체가 현실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댓글 중에는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이모씨가 “지난 1월부터 폭염 장마 기간동안 전국의 공중보건의사들은 코로나 현장에서 한번도 벗어난적 없었고, 누구보다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근무해왔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씀하시나”라고 했다. 또 한 네티즌은 “의사들은 적폐가 아니다. 정책 반대자들이라고 해도 포용하고 반발을 수용하면서 안고 가셔야 하지 않나. 모두 비국민 취급하면서 대통령님의 정적으로 단정하고 이리 말씀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진짜 이건 아니다. 협력관계에 있는 두 집단을 대통령이신 분께서 편을 가르는 건 정말 아니다”라고 했다. 간호사 네티즌도 “전 간호사이지만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이렇게 신중하지 못하게 편 가르기 언행은 너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아이유 팬클럽조차 성명을 내 이유는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간호사들에게만 기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이 SNS에서 “가수 아이유가 간호사들에게 아이스 조끼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격려를 받은 간호사단체는 현실 문제를 꼬집는 반응을 내놓았다. ‘젊은 간호사회’는 페이스북에 “간호사의 노고를 알아주심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열악한 근무와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이나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 수년간 간호사 배출을 늘렸음에도 2019년 기준 신규 간호사들의 사직율이 45%가 넘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 매년 수많은 간호사가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숙련된 인력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누적 기준 코로나 이후 방역 최전선에 뛰어든 자원 의료 인력 가운데 의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1790명, 간호사·간호조무사 1563명, 임상병리사 등 기타인력 466명 등이다. 결국 대통령 메시지가 정확한 팩트에 기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야당의 비판에 대응해 여당 의원들의 무조건 옹호 발언이 나와 여권 정치인의 여론과 동떨어진 공감 능력이 다시 주목받았다. 

먼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많은 국민을 경악시켰다. 갈라치기라는 낯선 단어는 이 정부 들어 가장 흔한 유행어가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간책을 쓰는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내용이 유치하고 졸렬한데, 직접 쓰신 게 아니라면, 그런 글을 쓴 참모를 즉각 내치시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은 “방역의 최전선에서 수고를 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간호사 선생님들 참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고 격려한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시비를 거냐”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도 “대통령이 간호사들에게 보낸 감사 메시지에 대해 편 가르기라며 떠들썩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며 놀랐다”며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듣기에 따라서 의사 집단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메시지 그대로 봤으면 좋겠다”며 “의사들의 명분 없는 진료 거부 행위로 인해 현장에서 간호사들 격무가 가중되고 있다. 그런 현실에 대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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