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산은 측 1조 할인 제시에도 재실사 요구 고수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 재실사 요청을 고수함에 따라 결국 거래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 2조원 수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수혈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항공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매도인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주 내 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M&A 계약해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정몽규 현산 회장이 서로 회동했음에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며 "현산과의 M&A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하며, 협상 당사자 금호산업이 계약해지를 현산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후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2조5000억원이었다. 큰 탈 없이 진행되는 듯 했으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꼬이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금난에 빠져 채권단을 통해 올해 4월 운영자금 1조7000억원을 긴급 수혈받기도 했다.

현산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자금 지원이 이뤄진 점, 회계 관리 부실 등을 문제 삼고 채권단·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산이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며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M&A는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채권단·금호산업은 지난달 12일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할 수 있다고 표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직접 정몽규 회장과 만나 “채권단이 1조원을 깎아줄테니 현산 측 요구 조건을 알려달라”로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현산은 지난 2일 채권단에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송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메일에는 명확한 의사 표시 없이 또 다시 애매모호한 내용들만 담겨있었다"며 "최종 담판 후 답신이 이와 같이 왔기 때문에 준비했던대로 '플랜B'를 가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이 조만간 현산 측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할 경우 채권단·아시아나항공은 곧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말까지 필요한 기안기금 지원 금액은 최대 2조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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