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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HDC현대산업개발이 한국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할인 제안에도 재실사를 요구해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과 채권단 모두 내상을 입게 됐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회동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1조원 깎아줄테니 현산 측 요구 조건을 말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이와 같은 조건은 2조5000억원짜리 딜에서 40%에 상당하는 부분을 세금으로 부담해 현산 측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현산 측은 적정 거래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실사를 고수했고, 때문에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인수 의지가 없다고 여겨 계약 파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현재 현산은 인수 계약보증금으로 2500억원을 납입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계약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김앤장 등에 법률 자문을 구했고 조만간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의 책임 소재가 현산에 있는 만큼 계약금을 온전히 돌려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이자 매도인인 금호산업은 이르면 다음주 중 현산 측에 주식매매계약(SPA) 해지를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계약 파기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3228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에서 (구주 가격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이 새로운 발표안을 내놓으면 가격이 새로이 책정될 것이고, 이에 맞춰 매수인을 찾아나서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은은 현산이 계약을 진행할 의사를 보이지 않아 플랜 B에 착수했다. 이 경우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게 되며 아시아나항공은 자동적으로 산은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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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
이런 와중에 아시아나항공 회생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격 발표한 것은 이미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수준의 적자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총계는 6339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들어 4880억원으로 급감했고 부채는 1660억원 늘어났다. 때문에 부채비율이 1795.1%에서 2366.1%로 무려 571% 증가했다. 지난해 3조5857억원이었던 차입금도 6월까지 4조6999억원으로 폭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사태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끝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만큼 부실 규모가 거대한 아시아나항공을 선뜻 사들이겠다는 기업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들고 있다. 전환사채를 감안하면 채권단의 지분율은 40%에 달해 정부가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와 같은 연유로 관련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산은의 지원 방침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에 관계 없이 현금이 유입될 것은 분명해졌으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 정부 정책 기조상 구조조정이 따르지 않을 것 같지만 항공업황이 더 나빠지면 감원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매각 절차에 하자가 생겨날경우에는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례처럼 직원들이 느긋함을 보일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각이 성사돼 팔려가는 게 현 시점에서는 가장 좋은 것이었으나 각종 일정이 지켜지지 않아 내부적으로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대우건설을 보듯 산은 관리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국유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아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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