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인 인도, 일본, 호주를 포함한 4자 안보대화체인 ‘쿼드’(Quad)에 한국을 콕 짚어서 합류를 압박했다.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로 이 지역 국가들과 경제동맹을 추진한데 이어 안보동맹 추진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호방위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형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적용하는 것을 공식 기구화하려는 의지를 밝힌 미국은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 구상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을 ‘뜯어먹었다’(rip off)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인정한 첫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합류하는 것을 보기 시작한다”며 호주와 일본, 한국을 언급했다고 미 국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일에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 견제와 관련해 “친구와 동맹을 갖는 것이 중심”이라며 “중국이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경쟁하길 거부하려 한다는 중요한 이해를 중심으로 전세계가 단합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이 인도든 호주든 일본이나 한국이든 나는 그들이 자신의 국민과 나라에 대한 위험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모든 전선에서 (중국을) 밀쳐내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달 31일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최근 전염병 대유행 사태 대응을 위해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매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을 보다 노골화한 비건의 이런 발언은 화상으로 열린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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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연합뉴스 |
이를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9~11일 화상으로 열리는 미-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장관급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메콩-미 파트너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3일 쿼드 플러스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참여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경화 장관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부장관이 지난 2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통화를 갖고 빠른 시일 내 최 차관이 미국을 방문해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비건 부장관은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해나가가를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은 앞서 그가 밝힌 쿼드 플러스를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지한파’로 불리는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3일 “한국이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주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2020 서울안보대화 화상 세미나’에 참여해 “남한도 북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주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중 갈등 심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연대없이는 북한에 대해 함께 대응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방향성을 조율하기 어려워져 북한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여러 국가가 경쟁하는 국면이 지속되면 북한은 이 경쟁을 악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고,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정부가 미중 경쟁과 갈등 속에서 방향 설정이 어려운 핵심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중 간 경쟁 구도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장기전이 될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외교의 원칙을 세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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