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학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3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지난 한 주 동안 학군 인기지역의 전셋값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3일 끝난 뒤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물수능 논란에 휘말리며 재수생들이 늘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대표적인 학군 인기지역인 양천구는 0.28%로 올라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고 강남구가 0.24%, 서초구가 0.22%를 나타내면서 서울 평균 상승률(0.10%)을 웃돌았다.

서울의 학군 인기지역 가운데 노원구 중계동(-0.07%)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능 직후부터 전세시장이 발빠르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에서는 전세물건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이달 들어 122㎡의 경우 전셋값이 5억8000만원, 89㎡은 3억5000만∼3억6000만원까지 계약됐다. 이는 지난달 말에 비해 2000만∼5000만원 가량 오른 시세다.

서초구의 인기 아파트인 반포동 주공1단지도 전용면적 72㎡의 경우 전셋값이 2억8000만∼3억8000만원으로 최근 한달 새 1000만∼2000만원 올랐다.

특히 '물수능' 논란이 일면서 재수를 선택하려는 가정이 많다는 점도 학군 인기지역의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학군 인기지역은 학원가도 발달해 재수 희망자가 많아지면 재계약 수요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신규로 나오는 전세물건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대치동 S공인 대표는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목표한 대학에 못가게 되다보니 벌써부터 재수를 하겠다는 가정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수능이 끝나면 전세 물건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재수 학원 수요 때문에 재계약 희망자가 늘어 당분간 전세난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희망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다음달 이후에는 학군 이동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논술시험이 끝나고 수능 점수가 발표된 뒤에는 전세 문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 비해 전입 희망자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전셋값은 당분간 오르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에도 수능 이후 전셋값이 급등해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같은 달 15일 조사에서 1.92%가 오른 뒤 12월 말까지 0.5∼0.6% 가량의 상승세를 보이며 서울 평균 상승률(0.14∼0.16%)을 크게 웃돌았다.

목동 역시 지난해 수능 이후 12월 말까지 서울 평균보다 높은 0.3∼0.8%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전세난은 예년에 비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강남구 개포 주공 2·3단지를 비롯해 강동구 고덕 주공2·4단지 등 강남·서초·강동구 일대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올해 연말부터 전셋집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전세시장은 재건축 이주수요가 불안요소로 잠재하고 있는데 계절적으로 학군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당분간 강남권과 학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