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기금 투입, '돈 빼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 확실히 하는 것"
채권단, 이미 3조3000억 투입…지원 시 2조원 추가해 총 5조3000억 수준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사실상 엎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결론이 이번 주 후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 장관 회의 이후 매각 주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해지 통보, 대(對) 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결정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의가 오는 11일 오후에 개최될 예정이다. 회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 열렸으나 이번 주는 하루 늦게 일정이 잡혔다. 회의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지원 문제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가 결판 날 것으로 보고 오는 11일 회의가 잠정적으로 잡혔다"고 말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회의가 열리기 전에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 경쟁력 장관 회의에서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후 '플랜B' 보고도 점쳐진다.

11일 오전 오후에 각각 산업경쟁력 장관 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 회의가 열리고 장 마감 후 HDC현산에 계약 해지 통보·공시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에 따라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조치다.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역시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 시장 쇼크를 줄이려는 장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인수 기대감에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유지돼 왔는데 인수 무산 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자들이 대출을 회수하는 '트리거' 조항이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은 채권자들에게 '돈 빼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2조원이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총 3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3조원(구조조정 운영자금 2조2000억원·영구채 인수 8000억원)이 집행돼 잔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채권단의 인수 부담 경감 제안을 HDC현산이 수용하지 않고 '12주 재실사'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선언만 남은 상태다. 인수가 공식적으로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우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은 뒤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