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아베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가 장관은 7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징용배상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선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6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그것을 유지해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국제법인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조약)에 위배된다는 논리에서 ‘국제법 위반’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그동안 정부 대변인 역할을 맡아온 스가 장관은 징용 피해자 측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 현금화하려는 것에 대해 보복 조치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총리 후보가 된 이후 스가 장관의 최근 인터뷰 발언은 앞으로도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협정에 따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아베 정권의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럴 경우 우리정부가 바라는 대로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각자의 논리에서 한치 양보없이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종료를 주고받았던 대치 형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스가 장관의 이 같은 입장은 그가 자민당 당내 여러 파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사실상 당내 세력이 크지 않은 스가 장관은 ‘호소다파’(98명)과 ‘아소파’(54명), ‘니카이파’(47명), ‘이시하라파’(11명), ‘다케시타파’(54명)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스가 장관이 46%의 지지를 받는 등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중적 지지도가 급상승했다. 약식 선거로 결정돼 의원들의 투표만 예정된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여론 지지율까지 높아지자 아베 정권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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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 후보와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
즉 아베 총리의 7년 8개월 장기집권 폐해나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실책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은 경제계나 관계 등은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6일 여론조사에서 아베정부의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가 74%로 높게 나왔다. 이 조사에서 여론은 아베정부에 대해 외교와 경제, 정치적 안정을 높게 평가했다.
게다가 스가 장관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자민당 내 영향력을 유지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협의해가면서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통합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자민당에 비해 열세인 상황에서 스가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더라도 총리만 바뀔 뿐 관료와 정책 집단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고, 한일관계 변화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정부의 입장이 일본정부와 다른 것도 한일관계의 파격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으로서는 미일동맹 차원에서 한국정부 때리기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민당은 8일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른 총재 선거를 고시하고 후보 등록을 받았다. 총리 입후보 의사를 밝혔던 스가 요시히데(71)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63)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63) 전 자민당 간사장 3명이 고시 직후에 각각 지지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이날 오후 소견 발표 연설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오는 9일 오후 자민당 청년국·여성국이 주최하는 후보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투개표일(14일) 이틀 전인 12일 오후 일본기자클럽 주최의 공개토론회가 한 차례 더 마련된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아베 정권이 펴온 정책의 계승 문제,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 정책, 지방 활성화 방안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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