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중국 화웨이발 리스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 영향으로 주요 거래처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모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양사의 경영 부담도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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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는 미국의 제재 영향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신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제재는 이달 15일부터 발효된다.
현재 미국의 지적 자산과 기술을 제외하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의 제재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 물량은 물론, 중국 현지 생산 물량도 대상에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안이 발의되면 수출을 할 방법이 없다. D램 반도체도 지난달 추가 제재안에 들어가면서 15일부터는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생산 지역 등에 관계없이 미국 기술이 들어가면 (화웨이에) 무조건 공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공급 중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악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핵심 파트너사와의 거래가 멈추는 상황에서 매출 감소를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가운데 하나고, SK 하이닉스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약세인 상황에서 양사의 3~4분기 수익에 부정적 영향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 D램 가격은 7∼8월 하락세가 이어졌으며 4분기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발 악재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화웨이 물량이 감소해도 전체 파이가 줄지는 않는다는 이유다. 관련 업계도 다른 제조사 제품이 화웨이의 빈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잇다.
업계 관계자는 “한 군데서 제품을 못 만든다고 해서 전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동안 조정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소비 물량에 맞춰 부품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으로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우와 같이 중국이 조직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술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사태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화웨이가 부품 재고를 상당수 확보했고, 미국 대선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사태 변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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