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신간 ‘격노’…“8500마일이나 떨어진 우리가 왜 그걸 하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회담이나 서신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 번도 주한미군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견제 역할도 하는 주한미군 주둔을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5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우리가 왜 그것을 하고 있냐”며 주한미군 주둔에 불만을 드러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작 ‘격노(Rage)’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 측과 회담과 서신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주둔하는 3만명의 미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우드워드는 폼페이오 장관이 내린 결론은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김 위원장이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베트남 국영방송 VTV
또한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중 참모들이 이를 반대하자 갑자기 주한미군 감축 얘기를 들고 나온 정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26일 백악관에서 게리 콘 당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회의하며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언급했다.

그러나 콘 위원장은 “미국경제는 소비주도형으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물가가 올라 국내총생산(GDP)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강하게 반대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도 콘 위원장을 거들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온 세계가 우리에게서 이득을 취한다”라며 “이제는 바꿀 때이다. 한국에서 정말 떠나고 싶다. 미국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자 병력 3만명을 주둔시키는 비용을 낸다”고 말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누구든 훔치고픈 돼지저금통”이라면서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했을 때 주한미군 수뇌부가 주둔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한 정황도 이 책에 담겼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헬기를 타고 오산기지에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하며 이 기지를 건설하는데 한국이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썼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브룩스 사령관은 기지건설비의 92%를 한국이 부담한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돌아온 것은 “왜 한국이 전부 부담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었다고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법적 제한만 없었다면 한국이 100% 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험프리스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도중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이 보이자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삼성”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이것이 내가 말하는 바”라며 “고층건물, 고속도로, 지하철을 봐라. 한국은 부국이다. 우리가 이들을 위해 비용을 낸다. 그들(한국)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왜 우리가 그걸 하고 있는가”라며 “우리가 왜 신경을 쓰는가. 우리는 85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우드워드는 실제로는 서울은 시애틀에서 약 5100마일, 미국 동부 해안에서 약 7000마일 떨어져 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도중 ‘김정은이 위협적인 말을 했는가’라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도 아니다.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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