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히데요시 관방장관이 14일 이변없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일본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자민당 중‧참의원 양원의원총회에서 스가 장관이 전체 534표 중 377표(70.6%)를 얻어 총재로 당선됐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 89표로 2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68표로 3위를 차지했다.
스가 신임 총재는 오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지명된다. 일본에서 정확하게 7년 8개월만 총리가 바뀌는 것으로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전격 사임을 발표한지 20일만에 새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본회의에서 중의원‧참의원 투표로 새 총리가 선출되면 중의원 의장이 나루히토 일왕에 보고하게 되고, 일왕의 거처에서 임명장 수여식인 ‘친임식’이 거행된다.
총리 지명선거는 야당까지 포함해서 치러진다. 하지만 자민당이 과반수이므로 스가 신임 총재가 새 총리가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스가 총리 선출 이후 개각 폭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여부이다. 일단 공석이 되는 관방장관에 누가 임명될지도 주목되지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유임 가능성도 포인트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총리 사임 이후 긴급 사태라는 명목으로 약식선거를 통해 새 자민당 총재를 선출했으므로 총리 선출 다음날 바로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미 물밑에서 새 내각의 윤곽이 잡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소 다로 부총리를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그가 ‘한국에 보복’을 언급할 정도로 극우이기 때문”이라면서 “스가 총재가 자민당 내 파벌들의 역학적 관계로 선출됐으므로 각 파벌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야 하는 입장일 것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유임될지 아니면 어떤 자리로 옮길지도 향후 한일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각 이후 다시 주목할 점은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거 여부이다. 앞서 지난 9일 고노 방위상은 미국 싱크탱크 주최 온라인 강연회에서 스가 내각이 출범할 경우 다음달 중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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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YTN 화면 캡처 |
이에 대해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10월이나 11월 조기 총선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야당의 전열이 정비 안된 지금 조기 총선을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스가 총재로서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일단 내년 9월까지 보장된 총리 임기를 연장할 수 있고, 장기집권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하지만 이번에 총재 후보로 나선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실은 내년 9월 총리 선거를 보고 이번 총재 후보로 나선 것이고, 특히 국민과 당원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한 높은 지지가 나올 경우 자민당 내 파벌의 역할도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대로 가면 지금의 중의원 임기는 내년 10월까지지만 조기 총선을 하면 임기가 4년 늘어난다”며 “스가 총재의 입장에선 조기에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에서 승리해서 내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자민당의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조기 총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이 아니면 내년 7월 이후 총선을 치러야 할 텐데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등 일본의 정치 일정을 볼 때 내년이 더 어렵다”며 “앞으로 탄생할 스가 내각은 올해 코로나 대책에서 좀 성과를 올린 다음 여유있게 총선을 치르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선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재로선 총선 이전까진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는 조건이 있으므로 자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 기간동안 외교에 집중하기보다 코로나 방역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스가 총재의 공약이 내각에 디지털청을 만들고, 전자정부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므로 한국정부와 협력할 부분이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원덕 교수는 “한일관계에서 변화를 만들려면 우리의 대일외교가 변수”라면서 “한국정부가 일본 총리 교체를 모멘텀으로 삼아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해결하자고 나선다면 일본의 새 내각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정부가 우선 배상금을 대위변제해 현금화 보류 조치를 취한 뒤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으로 우회하면 막힌 정국을 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 국민감정으로선 아베와 손잡기 어려웠으나 새 총리 이후엔 우리외교 인식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스가 총재가 ‘외교는 아베 총리와 상의한다’고 했으나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고, 스가 총재는 아베 총리보다 실용적인 현실주의자”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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