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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 미디어펜 산업부장 |
[미디어펜=김영민 기자]"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기인데 커지고 있는 규제리스크 때문에 경영 활동이 더욱 위축되고 생존 위협까지 받는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은 고사하고 늘어나고 강해지는 규제 때문에 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투기성 외국자본에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수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3%룰 확대,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감사위원을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감시활동을 하도록 하는 취지다. 하지만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다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또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특수관계인과 합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과거 미국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처럼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지분을 매집해 위협을 가할 경우 방어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도 추진되는데,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으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 소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경영권 침탈 또는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기자본 등에 의해 기업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일부 상장사는 135만원으로 모회사 및 자회사 총 13개 기업에 대한 소제기가 가능해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 또한 기업에게는 막대한 비용과 손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자·손자회사 지분을 10%p 이상 더 취득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확보를 위해 3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고, 이에 따라 일자리 손실은 24만명에 이를 것을 전망된다.
또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될 경우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줄일 경우 시장은 사업 축소나 포기로 받아들여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
여기에 노동권 강화에 치우친 노조법 개정안도 기업들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주요 내용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생산 및 주요시설 점거 쟁의행위 금지 등이다.
해고자·실업자는 기업과 무관하기 때문에 노조 가입은 불가피하게 허용하더라도 사업자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다. 출입을 허용하더라도 제한된 장소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 사업장 내에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활동을 허용하면 기업의 보안과 기밀유출 등에 노출될 수 있기 떄문이다.
직장점거 문제도 그렇다. 선진국에서는 위법행위로 간주돼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를 불법침해, 주거침입 등 위법으로 취급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기업에게 부담되는 법안 발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 3개월 만에 기업부담법안이 284건의 발의됐다. 20대 국회 대비 40%가 늘어난 수치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상법, 공정거래법 관련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법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계는 그동안 기업 관련 규제법안에 대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규제 일색의 정책으로 옥죄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적어도 규제에 앞서 기업의 현실를 제대로 바라보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효과적이고 부작용 없는 정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순간으로 내몰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기업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고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행위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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