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총량 관리 본격 시동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신용대출 급증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을 전후로 은행권의 신용대출 문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여 빠르게 불어난 신용대출 급증세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등은 오는 25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한다. 최근 크게 불어난 신용대출 급증세를 잠재울 방안들이 포함될 예정인데, 금융권에선 이를 바탕으로 추석 전후로 신용대출 문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한 신용대출 금리인상과 의사‧변호사 등 특수직 고신용자들에게 연소득의 최대 200~270%까지 인정되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들 방안을 바탕으로 은행과 금융당국간 조율을 거쳐 추석 전후로 신용대출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 차례 은행권을 향해 신용대출 급증에 대한 경고를 날려왔던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서금융사의 자발적인 관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나서 신용대출을 일괄 규제할 경우 서민들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출심사 시 차주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는지 점검하는 등 스스로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노력을 다 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손 부위원장은 “최근 빠르게 증가했던 신용대출의 경우 용처 확인이 곤란해 정확한 증가요인을 분석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생계자금 수요 증가가 일정 부분 기여했고, 일부는 자산시장으로도 유입됐을 것으로도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대출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신용대출 급증에 따른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도 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잇따른 구두 경고에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시동을 걸면서 최근 무서운 기세로 불어난 신용대출 급증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잇딴 압박에 은행권이 자발적인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실제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99억원으로 전날(126조3335억원)에 비해 2436억원 줄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관리방안이 추석 전후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신용대출 급증세도 한풀 꺽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