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평화 열쇠 아니라 필요조건 돼야…한미동맹 폐기에 힘 실을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나온 ‘종전선언 호소’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와 아무 관련 없는 공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가 전했다.

이들은 “북한과 중국의 한미동맹 폐기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해선 훨씬 복잡한 조건과 절차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VOA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종전선언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실만 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면서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한 단계로서 평화조약 체결을 촉구했다면 괜찮았겠지만 평화를 선포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28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랭크 켈로그 미 국무장관과 아리스티드 브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 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전쟁 포기를 선언하는 조약(‘켈로그-브리앙 조약’) 체결을 주도했지만, 미국과 유럽이 일본과 독일의 확장을 거의 저지하지 않는 바람에 일본이 중국을 침공했고, 10년 뒤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졌다”고 예를 들었다.

   
▲ 판문점./연합뉴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거꾸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전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열쇠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한국전쟁을 영구히 종식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전이 끝났다고 그저 ‘선언’할 수 없다”며, “그런 선언은 다른 조치들이 따르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은 교전국 중 한 나라인 만큼 모든 전쟁 당사국들이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조약 체결 등 공식 종전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남아서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과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그런 종류의 ‘평화’에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북한이 이따금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을 암시해왔지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그리고 충돌 시 북한을 겨냥할 미국의 전술·전략 무기의 존재라는 북한의 실질적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는 한 그런 선언은 공허한 성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북한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미국 측 회담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한국-북한-미국 간 한국전 공식 종전 합의는 남북과 미북 관계 정상화 절차의 중요한 부분이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구적 평화체제란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더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 무역,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 경제적 투자, 그리고 세계화된 세상의 국가 간 예상되는 다른 상호 연결 등이 포함된다”면서 “순서가 문제이다. 한국전 종전 논의를 시작하는 순간, 대북제재와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 그리고 인권 우려 해소 절차까지 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할 때,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그랜드바겐’ 보다 단계적 접근이 최선의 진전 방안”이라고 제안하고,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좋은 것이지만, 이는 핵무기 관련 사안 등 현재의 충돌 상황에 대한 해법을 향한 다른 움직임과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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