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형태 다양한 유튜버, 적용 힘들어…명백한 고의·악의적 입증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법무부가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하고 나섰지만 새롭게 생긴 영역인 유튜버가 '구멍'이라는 지적이 크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우리나라 일부 분야에서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불법 행위에 대해 피해자측의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물리는 걸 말한다.

정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바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에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상인은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간다.

상법상 '상인'이라면 어떤 분야든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상인은 상법 제4조와 5조에 따르면 자기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당연상인),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의제상인)를 말한다. 상인은 상법상 개념으로 영리행위를 하는 주체이다.

관건은 최근 몇년 사이 세간에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com)의 경우 각 채널 별로 상인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 사진은 유튜브 첫 화면 메인페이지. 법무부가 23일 발표한 상법 개정안은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사진=유튜브 제공

언론사의 경우 기업 형태로 상법상 '상인' 개념에 들어간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번에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악의적 위법행위 중 하나로 언론사의 가짜뉴스를 적용 대상으로 지목했다.

유튜브의 세계는 복잡하다. 대부분의 개인 유튜버들은 기업 형태가 아니다. 유튜브에 따라 개인 실명이나 어떤 집단을 특정해 대표하지 않을 뿐더러 영리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채널이 수두룩하다.

채널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이 보는 콘텐츠마다 채널 관리자가 광고 설정을 달리 할 수 있다. 관리자가 각 영상별로 수익화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구조다.

또한 영상이 나간 뒤에는 언제라도 그 수익화 옵션을 삭제하고 수익을 내지 않는(유튜브 광고를 송출하지 않는) 콘텐츠로 바꿀 수 있다.

한가지 더, 혹시나 문제를 야기할 것 같으면 관리자가 선제적으로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유튜브 상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채널 상에서는 버젓이 올라와 있어서 채널 구독자들이 볼 수 있더라도 링크 주소를 반드시 알아야 그 링크 주소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만드는 옵션도 있다.

더욱이 최근 영상캡처, 소위 유튜브에서 송출하는 영상 자체를 제 3자가 녹화해서 재생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짜뉴스 영상이 한번 노출됐다가 금새 비공개로 사라져도 다른 사람들이 악용하기 쉬운 구조다.

어떤 가짜뉴스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단 하루만에 빗발치듯 세상에 전파됐다고 가정해 보자.

서너시간 만에 A라는 유튜브 채널이 문제의 영상을 삭제(비공개 처리)했지만 그 영상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완전히 다른 플랫폼에 무차별적으로 퍼날랐다고 생각해 보자.

이에 대해 검찰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려고 해도 관련 유튜브 채널을 특정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다.

둘째로는 해당 유튜브 채널을 특정한 후 문제의 영상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 여기서 걸린다. 이미 비공개로 돌려 콘텐츠를 특정할 수 없고 구글 본사에 요청해 찾아낸다고 해도 그에 따른 피해액을 산출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려면 피의자가 명백하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를 가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는 물증을 수사기관이 확보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가짜뉴스를 그대로 중계 보도했더라도 해당 허위사실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 유튜브 채널을 다수 법률대리해온 최원준 변호사는 25일 본지 취재에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유명 유튜브 채널들은 상법상 상인에 들어간다"며 "검증되지 않는 허위 정보가 퍼져나가 피해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의 유튜브가 그 허위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고 해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정 공방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는 이날 "검경이 유튜브 채널의 고의성, 악의적인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데 정보를 어떻게 접하고 확인했느냐 그 지점에서 서로의 해석이나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반복적으로 이윤 추구를 위해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경우가 아니면 유튜버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다"며 "손해배상 추정은 그 다음 얘기"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번에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피해 구제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규제망에 유튜브라는 구멍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향후 어떤 보완 입법을 할지 주목된다.